백영기 CBRE코리아 상무가 올해에도 이어지는 물류센터 투자 열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백영기 CBRE코리아 상무가 올해에도 이어지는 물류센터 투자 열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물류센터는 유행을 타는 부동산이 아니라 ‘기간산업’에 가깝습니다. 투자 인기가 5년 이상은 갈 겁니다.”

외국계 부동산 서비스 회사인 CBRE코리아의 백영기 물류컨설팅담당 상무(사진)는 최근 정신없이 바빴다. 글로벌 투자기관과 국내 금융회사, 자산운용사, 시행사 관계자들의 상담 및 현장 투어 요청이 많아서다. 틈틈이 개발세미나에도 참석한다. 그는 “연초부터 물류센터에 대한 투자·개발 열기가 뜨겁다”고 말했다.

○경기 서부권 인기

백 상무는 “지난 몇 년간 경기 동남부권에서 새 물류센터가 많이 공급됐지만 아직 전체 수요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다”며 “경부고속도로 서쪽의 인천 부천 안산 김포지역과 제2서울외곽순환도로축, 경부고속도로 남사IC(신설 예정) 부근이 투자 매력도가 높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에서 3년 전부터 물류센터가 주목받기 시작했다고 했다. 인터넷과 모바일을 이용한 전자상거래 시장의 급성장, 물류 서비스를 전문업체로부터 아웃소싱하는 3자물류 활성화에 힘입어 산업 전반에 물류 수요가 커지고 있어서다. 또 물류 서비스를 이용하는 기업들은 흩어져 있던 소규모 물류 시설을 대규모 첨단 물류센터로 통폐합해 효율성을 높이는 추세다.

수요는 늘고 있지만 기존 시설은 기대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다. 약 70~80%가 소규모 창고형 건물이고 노후화도 심각하다. 백 상무는 “물류센터에 대한 투자 바람이 몇 년 반짝 하다 마는 것 아니냐는 우려는 기우”라며 “선진국형 ‘기간산업’이어서 장기간 인기가 유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가별 인프라환경, 신속성, 국제운송환경, 물류서비스 경쟁력, 물품추적능력, 적시성 등을 종합 평가해 국가별로 순위를 매기는 LPI(logistics performance index)에서 한국은 21위(2014년 기준)에 머물러 있다.

○기관투자가, 물류센터 투자 활발

물류센터에 투자하는 주체는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 2014년까지만 해도 주로 싱가포르투자청(GIC), 메이플트리 등 싱가포르계 자본이 투자의 주축이었다. 그러나 작년부터 국내 기관투자가와 운용사들이 물류센터 매입에 적극 나서고 있다. 오피스(업무시설) 투자 수익률이 5% 미만까지 하락하는 상황에서 대체투자처인 물류센터는 적게는 7~8%, 많게는 10%까지 고수익률을 낼 수 있어서다.

작년 하나자산운용은 충남 천안 ‘경부물류’에 투자했다. 한국토지신탁은 경기 안성의 ‘에버게인’을, 한국자산신탁은 김포의 ‘김포로지스밸리’(전세권)를 확보했다.

백 상무는 “모건스탠리 등 외국계 투자은행뿐 아니라 하나자산운용, 마스턴자산운용, 알파에셋자산운용, 미래에셋, 이지스 등 국내 운용사들이 공격적으로 투자처를 물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단순히 신축된 물류센터를 매입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직접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예를 들어 켄달스퀘어프로퍼티는 캐나다 네덜란드 등 외국 연금으로부터 수천억원을 투자받아 향후 물류 투자를 강화할 예정이다. 백 상무는 “그동안 주택사업이나 주상복합 개발에 주로 나섰던 국내 부동산 개발업체(디벨로퍼), 유휴 부지를 보유한 대기업, 전문 물류기업 등도 물류센터 개발을 활발히 검토·진행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선매입·신축 활발

최근 시설이 좋거나 수도권 접근성이 좋은 물류센터는 시장에서 찾기 어렵다. 매물로 나오기 무섭게 팔려나가기 때문이다. 백 상무는 “양질의 투자물건이 거의 소진돼 대부분 매도자와 매수자는 개발·착공 단계에서 매매계약을 체결하는 선매매가 유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매수자들은 위치가 좋고 규모가 큰 물류센터가 향후 임대하기 편리해 미리 선점하는 것이다. 매도자도 매수자를 확보했기 때문에 사업안정성이 커진다.

그는 앞으로 물류센터의 투자 및 개발 조건은 ‘보관’ ‘차량’ ‘휴머니즘’이 핵심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즉 창고의 기본기능인 보관기능과 대형 트럭의 접근성이 우수해야 하는 건 기본이고 물류 직원들을 위한 샤워실이나 수면실, 카페테리아 등 편의시설을 잘 갖춰야 인기가 있을 것이란 얘기다. 그는 “수도권 고속도로 나들목과 가까운 입지와 경쟁력 있는 임대료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글·사진=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