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봉구 기자 ] 2017학년도 대학 수학능력시험 변화가 자연계 수험생과 재수생에 불리할 것이란 예측은 큰 의미 없다는 분석이 24일 나왔다. 입시업계는 실제 성적 분포와 입시전형 세부 비중을 살펴보면 이 같은 ‘일반론’의 영향은 없거나 아주 미미하다는 이유를 들었다.

올 대입의 가장 큰 변화는 A·B형(선택형)으로 나눠졌던 수능 국어영역이 통합 출제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인문계 수험생이 보다 유리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A·B형 통합으로 국어 출제범위가 기존 자연계 수험생이 주로 응시하던 A형보다 넓어진 점, 통념상 인문계 학생이 자연계 학생보다 국어를 더 잘한다는 점 등이 근거다.

그러나 진학사 김희동 입시전략연구소장은 “지난 3년간 진학사 모의지원자 49만명의 내신 성적을 보면 고교 1학년 성적 1등급대 학생 55.8%가 자연계를 택했다. 자연계에 성적이 뛰어난 학생들이 많다는 얘기”라며 “그렇다면 단지 국어가 통합 출제된다고 해서 인문계가 유리하고 자연계가 불리하다고 단언할 수 없다”고 말했다.

<표> 2013학년도 수능 언어영역 계열별 등급비율(진학사 모의지원자 기준) / 진학사 제공
<표> 2013학년도 수능 언어영역 계열별 등급비율(진학사 모의지원자 기준) / 진학사 제공
2013학년도 수능의 경우 인문계와 자연계 수험생 비율은 60:40 정도였고 국어(당시 언어) 1등급 비율은 53:47이었다. 응시생 수 대비 1등급 비율로만 따지면 오히려 자연계 수험생이 인문계보다 더 높았다.

자연계 기준으로 국어 출제범위가 늘어난다는 것도 ‘착시 현상’으로 풀이했다. 출제범위 변화는 교육과정 변화에 따른 것이다. 올 수능에 응시할 고교 재학생들은 이미 통합 출제범위에 맞춰 공부해와 무관하다는 얘기다. 즉 출제범위 증가는 기존 교육과정대로 공부해온 재수 이상의 자연계 졸업생에 한정된다.

대입 제도가 바뀌면 재수생에게 불리하다는 통설 역시 세부 전형 변화를 들여다보면 꼭 ‘재학생 유리, 재수생 불리’의 이분법이 적용되지 않는다.

이투스 이종서 교육평가연구소장은 “재학생은 수시, 재수생은 정시에 강하다는 인식은 수시 중에 재수생이 해볼 만한 전형이 논술 위주 전형(논술전형)밖에 없다는 생각 탓이 크다”면서 “논술전형 선발비율이 전체의 4.2%로 낮긴 하지만 예년과 비슷한 수준이다. 특별히 재수생이 불리해진다고 보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전체 대학과 상위 10개 대학의 2017학년도 논술전형 선발비율 비교. / 이투스 제공
전체 대학과 상위 10개 대학의 2017학년도 논술전형 선발비율 비교. / 이투스 제공
실제로 주요대학들은 대부분 논술전형을 실시하고 있으며 서울대를 제외한 상위 10개 대학의 경우 논술전형 선발인원이 전체의 20.44%에 달해 문이 상당히 넓다.

2017학년도 수능부터 필수응시로 바뀐 한국사도 변수로 꼽히지만 수험생의 학습 부담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평가방식이 절대평가 9등급제로 결정된 데다 대학들도 등급별로 큰 차이를 두지 않기로 한 영향이다.

이 소장은 “비교적 재수생이 강세인 정시의 비중은 줄었지만 수시 미등록 이월인원이 발생하므로 액면 수치만큼 적지는 않다. 재학생들 역시 모든 수시 전형에 지원할 수는 없다”면서 “개별 수험생 기준으로 보면 수시 비중이 정시를 압도하는 수준은 아니다. 재학생으로 지원요건을 제한하는 수시전형도 적어 재수생이 마냥 불리하지만은 않다”고 덧붙였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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