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서비스·영화·방송 회사채에 돈몰렸다
지난해 회사채 시장의 돈이 정보기술(IT)서비스와 영화·방송업종 소속 기업에 집중적으로 몰린 것으로 나타났다. 조선 건설 등 실적 부진으로 고전하는 이른바 ‘굴뚝산업’ 기업에 비해 덩치는 작지만 재무구조와 수익성이 안정적이기 때문이다.

○IT서비스 채권에 ‘3배’ 수요

한국경제신문 자본시장 전문 매체인 마켓인사이트가 2015년 업종별 회사채 수요예측(경쟁입찰 방식의 사전청약) 결과를 조사한 결과 IT서비스와 통신, 영화·방송, 음식료 순으로 치열한 매수 경쟁을 보였다. 전체 28개 업종 중 회사채 발행이 5건 이상인 18개 업종을 대상으로 순위를 매긴 결과다.

IT서비스·영화·방송 회사채에 돈몰렸다
IT서비스 업종은 LG CNS, LG엔시스, 다우기술, 카카오, 네이버 등 5곳이 6100억원의 회사채를 모집한 결과 약 1조7300억원의 수요가 참여했다. 업종 전체로 2.84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CJ CGV(2건), CJ헬로비전과 KT스카이라이프, SBS가 회사채를 발행한 영화·방송 업종은 5건 모집에 2.23배의 수요가 몰렸다.

IT서비스와 영화·방송 업종은 그동안 회사채 시장에서 큰 관심을 끄는 대상은 아니었다. 발행 자체가 뜸하다 보니 ‘시장 내 친숙도’가 낮은 점 등이 이유다. 2014년 이들 업종의 발행 건수는 각각 3건에 그쳤고 수요예측 경쟁률도 평균 수준에 머물렀다.

지난해는 정반대 상황이 발생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지난해 회사채 투자자들은 비록 덜 친숙하더라도 재무구조가 좋거나 예년과 비슷한 수준의 이익을 꾸준히 내는 기업을 특히 선호했다”며 “조선과 건설업체들의 충격적인 실적 발표에 따른 굴뚝산업 투자 기피가 가져온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작년 9월 말 현재 현금성자산이 빚보다 많을 정도로 재무구조가 우량한 회사들이다. SK그룹이 인수할 예정인 케이블TV 사업자 CJ헬로비전도 부채 비율은 100%를 약간 넘고 매년 1000억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꾸준히 내고 있다.

2014년 경쟁률 1위와 2위였던 음식료와 통신 업종도 지난해 식지 않은 인기를 보였다. 통신업종은 2014년과 같은 9건의 회사채를 발행해 전체 모집 금액의 2.48배 수요를 모았다. 음식료 업종은 2014년보다 6건이 늘어난 19건을 발행해 2.21배 수요를 모았다.

○경쟁률 1위 기업은 대상

작년 회사채 투자자들로부터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은 기업은 음식료 업종이었다. 작년 7월 1000억원의 회사채 투자자 모집에 나서 6250억원어치 수요를 모았다. 작년 수요예측 모집금액 ‘1000억원 이상’ 회사채 149건 가운데 최고 경쟁률이다.

치열한 청약 경쟁 덕분에 대상의 5년물 회사채 발행금리는 연 2.452%로 희망공모금리(상단)보다 0.30%포인트나 낮게 결정됐다. 작년 하반기 발행한 회사채 가운데 가장 큰 금리 절감 폭이다. 대상의 신용등급은 ‘A+’다.

다음으로는 폭스바겐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모집금액의 4.70배), GS칼텍스(4.07배), 네이버(3.93배), 하이트진로(3.75배), SK텔레콤(3.48배) 순으로 경쟁률이 높았다.

모집금액 1000억원 미만까지 포함하면 전체 223건 가운데 가장 경쟁률이 높았던 회사는 한일시멘트다. 400억원 모집에 4000억원 수요가 참여했다.

가장 낮은 경쟁률은 작년 11월 발행한 아시아나항공 회사채가 기록했다. 1000억원을 모집했으나 수요예측 참여기관이 전무했다. 아시아나항공 회사채는 작년 2월 모집금액의 0.41배, 7월 0.27배를 나타내는 등 수요예측 참여가 갈수록 줄어드는 모습을 보였다. 아시아나항공 신용등급은 ‘BBB’로 낮은 편이어서 과거에도 기관투자가들의 관심 대상은 아니었다. 사상 최악의 조선업 불황 속에 발행한 현대미포조선은 0.15배 경쟁률을 보여 두 번째로 ‘인기 없는’ 회사채였다.

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