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폭행' 고개 숙인 몽고식품 회장 "국민께 사죄"
운전기사 폭행 등 '회장님의 갑질'로 물의를 빚은 몽고식품㈜이 결국 대국민 사과를 했다.
김만식(76) 몽고식품 명예회장은 28일 경남 창원시 의창구 팔룡동 창원공장 강당에 장남인 김현승(48) 몽고식품 사장과 함께 나타나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란 말을 연거푸 하면서 고개를 숙였다.
전날 김 명예회장이 폭행 피해자인 운전기사를 찾아가 사과한데 이어 이날 국민을 상대로 사과를 한 것이다.
지난 22일 김 명예회장의 운전기사 폭행이 알려진 후 6일만이다.
김 명예회장은 이 자리에서 "저의 어리석은 행동으로 씻을 수 없는 마음의 상처를 입은 당사자뿐께 진심으로 머리숙여 사죄드린다"며 운을 뗐다.
이어 "국민들께도 심려를 끼쳐 사과한다"며 "이번 사태를 깊이 반성하며 명예회장직에서 사퇴 후 경영일선에서 완전히 물러나 반성과 봉사의 삶을 살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사과문을 읽는 동안 한번도 고개를 들지 못했다.
아버지에 이어 연단에 오른 김현승 사장은 "몽고식품을 사랑해주는 국민께 큰 실망과 분노를 안겼다"며 "재발방지를 위해 직원고충 처리기구를 강화하고 상생의 노사문화 조성을 위한 '일터혁신 프로그램'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지역기업으로 지역사회공헌에도 힘쓰겠으며 임직원 모두가 인간미 넘치는 회사로 환골탈태하겠다"고 다짐했다.
김 사장은 폭행을 당한 운전사 등 최근 권고사직을 당한 직원 2명을 새해 1월 1일자로 복직시키겠다는 말도 했다.
그러나 두 사람은 사과문만 낭독하고 기자들의 질문을 전혀 받지 않은 채 불과 10분만에 서둘러 회견장을 빠져나갔다.
김현승 사장은 "워낙 경황이 없어서…"라는 말을 반복하며 회견장을 나갔다.
그러나 부자(父子) 동반 사과가 싸늘한 여론을 얼마나 돌려놓을지 미지수다.
사태 초반에 무대응으로 일관하다 불매운동 등 비난 여론이 수그러들지 않자 마지못해 사과를 하는 모양새로 비춰지고 있어서다.
지탄받는 기업으로 전락한 몽고식품은 국내 손꼽히는 장수기업이다.
일본인이 1905년 창업한 야마다(山田) 장유양조장에서 일하던 김 명예회장의 부친 김홍구 씨가 해방 후 인수했다.
올해 110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2013년 인기리에 방영된 케이블TV 드라마 '응답하라 1994'엔 뜻밖에 몽고식품 이름이 등장했다.
극중 학생들의 미팅 자리에서 "마산(현 창원시)의 돈은 몽고간장·무학소주·시민극장 이 오빠야들이 다 쥐고 있는기라"란 대사가 나오면서 당시 화제가 됐다.
3대째 간장 등 장유(醬油) 제조 한길을 걷다보니 본사·공장이 있는 경남권에선 고객 충성도가 제법 높은 편이다.
어릴때부터 부엌 한 켠에 놓인 몽고간장을 보면서 입맛을 들인 도민들은 대를 이어 이 회사 고객이 됐다.
그러나 김 명예회장의 비뚤어진 언행 폭로가 인터넷상 불매운동으로 비화하면서 향토기업 이미지에 먹칠을 하고 110년 역사에 오점을 남겼다.
이번 김 명예회장 폭행사태는 '가족경영'의 폐해를 일부 드러냈다고 볼 수 있다.
가족 중심으로 회사를 경영하다 보니 오너의 전횡을 막을 견제장치가 사실상 없다시피 했다는 것이다.
폭행이나 욕설 등 비인격적 대우를 당해도 하소연할 곳이 마땅치 않았던 것이다.
폭행·욕설을 폭로한 전 운전기사의 증언 이후 김 명예회장이 직원들을 무시하는 언행을 시도 때도 없이 했다는 직원들의 내부 증언이 외부로 흘러나왔다.
회사 안에선 김 회장이 온다는 소식이 들리면 외근 등의 이유로 의식적으로 자리를 피하는 직원들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익명을 요구한 한 회사직원은 "명예회장의 안하무인식 언행에 직원들의 속앓이가 심했다"며 "언젠가 터질게 터졌다"고 말했다.
(창원연합뉴스) 이정훈 기자 seam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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