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DR 편입으로 위상 올라가는 위안화…달러 패권에 '도전장'
중국의 대미(對美) 외교노선의 핵심은 ‘신형 대국관계 구축’이란 표현에 압축적으로 들어 있다. 1978년 개혁·개방 이후의 고도성장을 통해 중국도 미국 못지않은 ‘대국’ 반열에 올라선 만큼 “서로의 핵심 이익은 침범하지 말고 조화롭게 공존하자”는 뜻이 담겨 있다. 중국은 2011년부터 글로벌 교역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미국을 앞서기 시작했고, 작년에는 구매력을 기준으로 한 국내총생산(GDP)도 미국을 넘어섰다.

하지만 국제금융 시장에서만큼은 얘기가 달랐다. 미국 달러화가 국제금융시장에서 차지하는 위상과 비교하면 중국 위안화는 보잘것없는 존재였다. 중국이 2009년 위안화 국제화에 시동을 건 이유다. 지난달 말 위안화가 국제통화기금(IMF)의 특별인출권(SDR) 구성 통화 편입이 결정된 것은 위안화 국제화가 가속화되는 분수령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달러화 패권에 도전하는 위안화

SDR 편입으로 위상 올라가는 위안화…달러 패권에 '도전장'
미국 달러화는 20세기 중반 영국 파운드화를 제치고 글로벌 기축통화의 지위에 올랐다. 1960년대 지스카르 데스탱 프랑스 재무장관은 “달러 단일 체제에서 미국은 ‘터무니없는 특권’을 누리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세계 중앙은행과 기관투자가들이 달러화 자산을 사들이는 덕분에 미국은 늘 다른 국가보다 싼 가격에 자금을 조달해왔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 중앙은행(Fed)이 과감한 양적 완화 정책을 펼칠 수 있었던 것도 기축통화국가였기에 가능했다.

중국은 그동안 국제무대에서 기축통화국인 미국의 영향력에 굴복해야만 했다. 현재 국가 간 거래의 45%가량은 달러화를 통해 이뤄진다. 세계 모든 은행들은 국제업무를 하려면 미국의 은행시스템을 통해 청산과 결제를 해야 한다. 이 때문에 2012년 미국이 이란을 제재했을 때 중국은 어쩔 수 없이 이란 원유 수입을 중단해야 했고, 2013년 미국이 북한을 제재했을 때 중국 은행들은 대북 관련 서비스를 중단해야 했다.

이 같은 미국 달러화에 대한 종속적인 지위를 탈피하기 위해 중국은 위안화를 미국 달러화와 맞먹는 국제통화로 키워내겠다는 작정을 했다. 위안화가 IMF의 SDR을 구성하는 바스켓 통화로의 편입이 결정됨에 따라 이제 위안화도 국제금융시장에서 ‘준비자산 통화’로 공식적인 인정을 받게 됐다.

○국제통화 다극체제로 재편 가능성

위안화가 SDR로 편입됨에 따라 향후 중국 국채 및 주식 등 위안화 자산에 대한 글로벌 투자자들의 수요는 증가할 것이란 예상이다.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은 위안화의 SDR 편입으로 각국 중앙은행의 위안화 자산에 대한 수요가 5년간 1조달러가량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그러나 “SDR에 편입됐다고 해서 위안화 자산 수요가 자동으로 증가하는 것은 아닐 것”이라고 전망했다.

단기적인 전망은 이처럼 엇갈리지만 중장기적으로 보면 국제통화질서는 미국 달러화와 중국 위안화가 상호 경쟁하는 다극체제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우선 위안화 국제화에 대한 중국 정부의 의지가 강력하다. 중국 정부는 중국 주식시장과 채권시장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참여폭을 꾸준히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또 내년 1월부터는 상하이외환시장의 폐장 시간도 오후 4시30분에서 밤 11시30분으로 7시간 확대하기로 했다.

국제금융시장에서도 미국 달러화 중심의 통화질서가 가져다주는 폐단에 대한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 상당수 경제학자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이 양적 완화 정책을 시행하고, 이를 거둬들이는 과정에서 각국 금융시장이 출렁이는 것은 ‘달러화 일극체제’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주장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배리 아이헨그린 미국 캘리포니아대 교수는 “2차대전 직후 미국이 서방국가 산업생산의 절대 다수를 차지할 때는 달러 일극체제가 합리적이었지만 지금은 실물경제 자체가 다극체제로 바뀌었다”며 “앞으로 달러화 유로화 위안화 등이 상호 경쟁하는 다극통화체제로 가는 것이 국제금융시장의 안정을 위해서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코노미스트는 그러나 “위안화가 달러화와 맞먹는 통화가 되기 위해 중국 정부는 경제정책과 정치 시스템의 효율성 및 신뢰성을 제고해야 하고, 금융시장 개혁 개방도 지속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경제학자들도 위안화가 달러화와 맞먹는 글로벌 통화가 되려면 아직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베이징=김동윤 특파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