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피우지 못한 삶 어떻게 보상"…일반 살인·상해죄보다 엄벌 목소리

2년 넘게 집에 갇힌 채 굶주림과 친부의 학대에 시달렸던 인천 열한 살 초등학생 사건이 알려지면서 좀처럼 줄지 않는 아동학대와 처벌 수위를 둘러싼 논란이 불붙고 있다.

법원은 아동을 학대해 숨지게 하거나 심각한 상해를 입힌 범죄자들에게 예전보다 형량을 높여 판결하는 추세지만 여전히 집행유예로 선처하는 판결도 적지 않다.

피해자가 연약하고 자기방어를 할 수 없는 아이들이란 점에서 일반 살인죄나 상해죄보다 더 무겁게 처벌해야 한다는 여론이 적지 않지만 '가족 안에서 일어난 문제'라는 관념이 아직 뿌리 깊다는 지적도 나온다.

23일 법원에 따르면 아동학대의 심각성을 촉발시킨 '울산 계모' 사건은 계모 박모(42)씨가 2013년 10월 24일 당시 8살 난 의붓딸 이모양을 주먹과 발로 때려 갈비뼈 16개를 부러뜨려 숨지게 하면서 알려졌다.

박씨는 2년여간 이양이 학원에서 늦게 귀가하고 거짓말을 한다는 등 이유로 수차례 때리거나 뜨거운 물을 뿌리는 등 학대한 것으로 드러났다.

1심은 박씨에게 상해치사죄를 적용해 징역 15년을 선고했지만, 항소심은 박씨에게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며 아동학대 치사 사건으로는 이례적으로 살인죄를 적용해 징역 18년을 선고했다.

박씨의 상고 포기로 이 형은 지난해 10월 확정됐다.

'칠곡 계모' 사건은 계모인 임모(37)씨가 2013년 8월 당시 8살 난 의붓딸의 배를 여러 차례 밟고 주먹으로 때리는 등 폭행한 뒤 병원에 데려가지 않고 방치해 외상성 복막염으로 숨지게 한 사건이다.

대법원은 올해 9월 임씨에게 상해치사와 아동복지법 위반죄로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울산 쇠파이프 폭행' 사건도 최근 대법원 판결이 나오면서 다시 관심을 끌었다.

2013년 말 당시 14개월이었던 딸을 입양한 김모(47)씨는 자신이 빚 독촉으로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이유로 길이 75㎝, 두께 2.7㎝의 쇠파이프(옷걸이 지지대)로 아이를 30분 동안 때려 숨지게 했다.

김씨는 부엌에서 빨간 청양 고추를 1㎝ 크기로 잘라 딸에게 강제로 먹이고 화장실로 데려가 샤워기로 찬물을 뿌려대는 등 끔찍한 수법으로 학대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줬다.

대법원은 살인 혐의로 기소된 김씨에게 원심의 징역 20년형을 확정했다.

이 소식을 전한 22일 인터넷 기사에는 수천 개 댓글이 달렸다.

징역 20년으로는 부족하다는 격앙된 의견이 많았다.

울산 계모와 칠곡 계모 사건 판결이 전해졌을 때에도 누리꾼들은 양형을 더 높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이가 무슨 죄냐", "미처 꽃도 피워보지 못하고 숨진 아이들의 피해를 무엇으로 보상하느냐", "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일반 살인죄 양형보다 더 무거운 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2년여 만에 아동학대 문제를 다시 촉발시킨 이번 인천 연수구의 11세 여아 학대 사건에서도 친부와 계모 등에게 관련 법으로 내릴 수 있는 가장 무거운 형을 내려야 한다는 의견이 쏟아졌다.

지난해 9월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특례법)이 시행돼 1년이 지났지만, 국민 정서에 비하면 법원이나 수사 당국의 기소·처벌이 아직 미진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무부가 올해 국정감사에서 제출한 '아동학대 사범 접수·처리 현황'에 따르면 아동학대 사범은 2010년 118명에서 지난해 1천49명으로 10배 가까이 급증한 반면, 최근 5년간 기소된 아동학대 사범은 4명 중 1명 정도에 그쳤다.

2010년 25.4%, 2011년 25.7%, 2012년 26.3%였던 기소율은 2013년 32.7%로 상승했다가 지난해 27.8%, 올해 1∼7월 25%로 다시 떨어졌다.

대법원이 국정감사에서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판결이 내려진 아동복지법 위반 사건 총 116건 중 징역형 등 자유형이 선고된 것은 20건(17.2%)에 불과했다.

9살 아들이 동생의 돈을 가져갔다는 이유로 옷걸이로 때려 머리에서 피가 나게 하고 드럼 채로 발바닥을 때린 혐의로 기소된 친부에게 징역 4월에 집행유예 1년을, 의붓자식들을 폭행하고 아이스크림 6개를 한꺼번에 먹도록 하는 등 학대한 혐의로 기소된 계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판결이 올해에도 나왔다.

(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min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