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예산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바로 친정인 새누리당으로 복귀할 것으로 예상됐던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자신이 다듬어온 주요 정책의 보따리를 모두 풀어놓고 떠나게 됐다.

결과적으로 후임자가 취임 초기의 부담을 덜고 경제정책을 안정적으로 이어받아 수행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 놓은 셈이다.

최 부총리는 17일 김인호 한국무역협회장과 함께 이끌어 온 중장기전략위원회를 주재하는 것으로 올해 중요 업무를 일단락지었다.

이에 앞서 16일에는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청와대에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내년 한 해 동안 중점 추진할 경제정책방향을 보고했다.

지난 4일에는 재정전략협의회를 주재한 자리에서 정부가 최초로 마련한 2060년까지의 장기 국가재정전망을 국민들에게 알렸다.

기재부 안팎에서는 장기재정전망은 경제정책방향이 발표되고 나서 이달 말쯤 공개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지만 공개 시기가 앞당겨졌다.

결국 오랜 기간 공들여 온 기재부의 굵직한 현안을 '제대' 준비를 하는 최 부총리가 다 털고 가는 모양새가 된 것이다.

애초 세종 관가에서는 내년도 예산안이 지난 4일 국회에서 처리되면 최 부총리를 포함하는 4월 총선 대비용 부분 개각이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최 부총리 본인도 지난 10일 출입기자단과 함께한 송년간담회 자리에서 "아직 제대증은 못 받았지만, 제대를 앞두고 있는 '말년 병장' 같은 심정"이라며 떠날 채비를 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그러나 개각이 미뤄지면서 최 부총리는 자신이 준비한 정책들을 모두 '최경환표'로 국민에게 소개할 수 있게 됐다.

그 배경에는 후임자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최 부총리의 의지도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기재부의 한 간부는 "내년도 경제정책방향 등 연말에 예정됐던 주요 정책 발표를 끝내고 가겠다는 최 부총리의 의지가 강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개각 발표 후 새 지명자가 청문회 일정을 거쳐 취임하기까지 3주 정도 걸린다.

이 때문에 조만간 후임 지명이 이뤄지더라도 이제는 최 부총리가 부득불 내달 초까진 경제수장을 계속 맡아야 할 공산이 커졌다.

공직자가 내년 4월 총선에 출마하려면 1월14일까지만 사퇴하면 된다.

후임자 인선절차가 마무리되면 최 부총리는 3선 의원(경북 경산·청도)으로 총선에 다시 나서기 위해 여의도로 돌아간다.

현재 경제 관료 출신 중에는 임종룡 금융위원장, 김동연 전 국무조정실장(아주대 총장), 신제윤 전 금융위원장, 박병원 경영자총협회장 등이 최 부총리의 바통을 이어받을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관료 출신이 아닌 경제 전문가로는 김준경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이 하마평에 오르내리고, 정치인 출신으로는 김광림 새누리당 의원과 이한구 새누리당 의원의 이름이 나오고 있다.

최근에는 국토교통부 장관직에서 물러나 여의도로 간 유일호 의원 이름도 들리고 있다.

(세종연합뉴스) 김동호 기자 d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