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비상사태 준하는 입법조치 필요" "경제 준전시 상황"
일각선 "靑 소통 부족" 비판도


새누리당은 16일 야당의 분열 사태로 정상적인 원내 협상이 불가능하다고 대내외 상황이 '비상사태'라고 주장하며 정의화 국회의장에 쟁점법안들의 '직권 상정'을 촉구했다.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에 따라 이번 연말까지 마쳐야 하는 선거구 획정이나 경제 관련법이 통과되지 않을 경우 정치, 경제 등 사회 전분야를 위협하는 비상상황이 펼쳐질 것이라며 국회법상 '심사기간 지정'을 통한 통과를 요구한 것이다.

현재의 입법 교착 상태가 국회법상(제85조) 심사기간 지정을 예외적으로 허용한 ▲천재지변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라는 요건에 해당된다는 게 새누리당의 해석이다.

특히 이례적으로 전날 박근혜 대통령이 현기환 정무수석을 통해 노동개혁법, 경제활성화법, 테러방지법을 직권 상정해 달라고 정 의장에게 촉구함에 따라 친박(친 박근혜)계를 중심으로 강한 요구가 제기됐다.

김무성 대표는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중진연석회의에서 "미국 금리 인상이 확실시 되고 국제유가가 12년 만에 최저수준으로 떨어지는 등 세계경제가 예측하기도 어려운 혼돈 속으로 빠져들었다"면서 "중국과 일본이 가격, 기술 등 모든 분야에서 압박하고 협공하면서 우리 경제에 장기불황의 그림자가 엄습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원유철 원내대표는 "청년 일자리를 만드는 경제 활성화 법안들과 노동 5법의 처리가 미뤄진다면 우리 사회에 커다란 재앙으로 부메랑이 돼 되돌아올 것"이라면서 "새누리당을 위한 법안이 아니고 법안 수혜자는 국민과 대한민국"이라고 강조했다.

친박(친 박근혜)계인 정갑윤 국회 부의장은 "지금은 국가비상사태에 준하는 입법조치가 필요한 때"라면서 "대내외적 경제요건과 우리의 정치상황으로 볼 때 지금이 정상적이지 않은 비상사태임은 분명하다"고 밝혔다.

이인제 최고위원은 "국회의장은 법만 얘기하고 있는데 법 위에 있는 헌법을 왜 바라보지 않느냐"면서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가 못하면 기다리는 것은 대통령의 긴급권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지난 1993년 금융실명제를 실시할 때 발동했던 대통령의 '긴급재정·경제명령'을 행사할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주장한 것이다.

홍문종 의원은 SBS 라디오에서 "경제법안이 마비되는 가운데 총파업이 일어나 노사 갈등도 심해지고 경제로 보면 준전시상황에 버금가는 어려운 상태"라면서 "이 때문에 대통령도 지금을 국가 비상상태로 보는 것"이라며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을 촉구했다.

심지어 이장우 대변인은 KBS 라디오에서 "12월31일까지 선거구 획정에 합의를 못하면 선거구가 무효로 돼 혼란은 걷잡을 수 없게 되는 헌정비상상태"라면서 "만약 직권상정을 하지 않는다면 해임결의안을 낼 수도 있다"고 압박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입법부에 대한 설득 노력 대신 직권 상정을 요구하는 청와대에 대한 비판적 목소리도 나왔다.

수도권 한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지금 계류 법안이 중요하기는 하지만 법안 하나 때문에 경제가 죽고 살고 하지는 않는다"면서 "평소 국회와 부단한 소통을 하지 않고 뒤늦게 서두르는 모습이 국민 보기에 좋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안용수 류미나 기자 aayys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