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도 팬이었는데…北 "김연자 노래 듣지도 부르지도 마"
북한이 최근 가수 김연자의 노래를 듣지도 부르지도 못하게 하라는 지시를 사법기관에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24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함경북도의 한 주민 소식통은 지난 20일 "노래의 유행을 금지하려고 가수의 이름까지 지적하기는 처음"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 소식통은 "며칠 전 도 안전국에 다니는 지인으로부터 남한 가수 김련자의 노래를 원천 차단하라는 총비서의 비준과업이 떨어졌다는 소식을 들었다"면서 "이는 대부분의 주민들이 그 가수의 노래를 특별히 좋아하기 때문에 취해진 조치로 안다"고 전했다.

김연자의 노래는 가사와 창법이 북한 주민들의 정서와 잘 맞아서 많은 이들에게 18번으로 불리고 있었다고. 아울러 김연자는 지난 2001~2002년 평양에서 열린 '제19·20차 4월의 봄 친선예술축전'에 참가해 한국 가수로는 처음으로 북한에서 단독 공연을 연 인연이 있어 주민들의 충격이 더 크다는 전언이다. 김연자의 팬이었던 당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김연자를 별장에 초대하기 위해 특급 열차를 보냈다는 사연 또한 유명하다.

김연자는 최근 한 예능프로그램에서 "김정일과 같이 집으로 들어가 커피 한잔 마시며 얘기를 나눴다"며 "처음에는 음악 이야기를 하다가 두 번째 만났을 때는 제가 혈액형을 물어봤다. 근데 주변 사람들이 눈치를 엄청 보더라. 알고 보니 혈액형 묻는 게 금기였다"라며 비하인드를 전하기도 했다.

소식통은 "김연자는 북한을 방문해서 장군님(김정일) 앞에서 '반갑습니다' 등의 노래를 부른 가수여서 충격을 주고 있다"면서 "일부에서는 선대(김정일)가 좋아했던 노래까지 모두 없애라며 사법당국을 내세운 당국의 행태에 할 말을 잃은 분위기"라고 전했다.

김연자의 노래가 금지 대상이 된 데에는 사회적으로 가장 많이 불리는 노래이고, 주민들로부터 인기가 높은 노래이기 때문일 것이라 짐작된다고 RFA는 전했다.

북한은 지난 2020년 12월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회의에서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채택했다. 이에 따르면 괴뢰영화나 녹화물, 편집물, 도서, 노래, 그림, 사진 같은 것을 보았거나 들었거나 보관한 자 또는 괴뢰노래, 그림, 사진, 도안 같은 것을 유입·유포한 자는 5년 이상 10년 이하의 노동교화형에 처한다. 또 괴뢰 영화, 녹화물, 편집물, 도서를 유입하였거나 유포한 경우 무기노동교화형(종신형)에 처한다고 밝혔다.

소식통은 "김연자의 노래를 금지하면서 주민들의 애창곡으로 알려진 '아침이슬'과 '우리의 소원은 통일'도 금지곡으로 재지정 됐다"며 "그 외에 남한 명소와 관련된 '울산 타령', '경복궁 타령', '북악산의 노래'도 듣기만 해도 죄가 된다"고 말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