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이슬람 여성
사우디아라비아의 첫 여성의원 탄생 소식에 지구촌이 떠들썩하다. 지방선거 잠정개표 결과 20명 안팎의 여성이 당선될 전망이라고 한다. 정원 2106명 중 20명이면 1%에 불과하지만 괄목할 변화다. 건국 83년 만에 처음으로 참정권을 갖게 된 여성 유권자의 투표율(81.6%)이 남성의 두 배에 이르고 전체 후보 6917명 중 여성 후보가 979명이나 됐다.

그러나 유권자로 등록한 여성(13만637명)은 남성(135만5840명)의 10%에 불과하다. 이슬람 사회의 뿌리 깊은 여성 차별 문화 때문이다. 오만, 쿠웨이트, 아랍에미리트 등 중동 국가들이 여성 참정권을 2000년대 이후에야 허용한 걸 감안하면 그나마 선전했다고 해야 할까.

이슬람 종주국인 사우디에서는 여성들이 못하는 게 수두룩하다. 무엇보다 노출 금지다. 공공장소에선 검은 전통의상으로 눈만 빼고 다 가려야 한다. 외국인도 예외가 아니다. 국빈을 제외하고는 수행원까지 히잡을 착용해야 한다. 외간 남자를 만나려면 반드시 남성 가족을 대동하고, 건물 출입구도 남녀가 따로 써야 한다. 식당에서는 구분이 더욱 엄격하다.

대학이나 직장에서도 마찬가지다. 같은 대학이라도 남녀 캠퍼스가 분리돼 있다. 남자 교수의 특강이 필요하다면 교단과 여학생 사이를 스크린으로 가려야 한다. 여성은 운전대도 못 잡는다. 수니파 극단주의 교리인 와하비즘에 따라 금기사항(하람)으로 규정된 탓이다. 일부 여성들이 이에 도전해 보지만 곧바로 ‘보복’이 돌아온다.

그러니 혼자 여행하고 사업을 하거나 의료행위를 할 수도 없다. 본인 명의의 은행계좌를 만드는 데에도 남성 가디언의 서명을 요구하는 정도다. 이 모든 게 이슬람 원리주의자와 보수적인 왕정체제 때문이다. 코란의 해석권을 독점한 이들의 지침은 사법부의 법리보다 위에 있다.

이란에서는 1979년 이슬람혁명 후 여성 가수의 솔로 공연을 금지했다. 최근에도 여성 단원이 포함됐다는 이유로 오케스트라 공연이 취소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꽉 막힌 성직자들이 ‘음악은 젊은이들을 흥분시켜 탈선하게 하는 악이며 서방 문화의 침투 통로’라고 반대하는 바람에 TV에도 음악 프로그램이 드물다.

물론 이슬람 여성의 사회 진출 가능성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모로코에서는 여성 조종사가 탄생하는 등 개방 바람이 불고 있다. 하지만 아직은 갈 길이 멀다. 사우디 여성들에게 주민번호가 주어진 게 불과 15년 전이니, 1893년에 이미 여성이 투표권을 가진 뉴질랜드와 비교하면 더욱 그렇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