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만원이면 한 채…'이동식 전원주택' 인기
은퇴 뒤 경기 양평으로 귀촌할 계획을 세운 직장인 김선종 씨(50)는 최근 미리 매입해 둔 땅에다 전용 19㎡ 규모의 이동식 전원주택을 세웠다. 공장에서 만들어져 배달되는 집이다 보니 설치하는 데 채 하루도 걸리지 않았다. 주택 구입비 1980만원, 이동·설치비 100만원 등 모두 2100만원이 들었다. 김씨는 “가끔 들러 전원생활을 미리 체험하기 위해 이동식 주택을 마련했다”며 “황토로 내부를 마감해 건강에도 좋고, 난방도 잘 돼 만족한다”고 말했다.

◆전원주택 초소형화

중저가 전원주택 시장에서 초소형 주택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이동식 전원주택이 인기를 끌고 있다. 전원주택 업계에 따르면 2~3년 전부터 주택면적 50㎡ 전후의 소형 전원주택의 인기가 시들해진 대신 20㎡ 전후의 이동식 전원주택이 주목받고 있다. 전원주택 정보제공업체인 OK시골의 김경래 대표는 “양평 가평 등의 국도변을 따라가다 보면 이동식 전원주택을 전시해 두고 파는 업체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며 “40~50㎡ 전후의 소형 전원주택이 잘 팔리지 않자 전원주택 시공업체들이 극소형 이동식 전원주택 공급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황토로 마감한 이동식 전원주택을 공급하는 아름채의 강성준 전무는 “작년 대비 주문이 50% 정도 늘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저가 전원주택 시장이 소형화를 넘어 초소형화로 바뀌고 있다고 설명한다. 1990년대 중후반에는 넓은 땅에 호화롭게 짓는 별장형 주택이 시장을 주도했다. 외환위기 이후에는 330㎡ 전후 땅에 50㎡ 전후 크기로 짓는 소형주택이 인기를 끌었다. 최근 들어선 크기가 더욱 줄어든 초소형 이동식 주택이 많이 공급되고 있다. 전원주택 개발업체인 드림사이트코리아의 이광훈 대표는 “전원주택시장이 60~80㎡ 크기의 집을 제대로 짓거나 초소형 이동식 주택을 짓는 쪽으로 양분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공급가격 2000만원 내외

이동식 전원주택은 공장에서 완성된다. 고객은 전시장 겸 작업장에서 여러 타입을 둘러본 뒤 마음에 드는 모양을 선택할 수 있다. 5트럭으로 현장에 배달한 뒤 크레인이나 지게차로 설치한다. 판매가격은 대부분 2000만원 전후다. 아름채가 공급하는 숯단열 황토벽 이동식 소형 황토방의 판매가격은 1980만원이다. 여기에 운반비와 설치비 100만원 정도가 별도로 든다. 공장에서 먼 곳은 운반비가 조금 더 올라간다. 이동식 주택의 종류는 목조주택 스틸하우스 황토집 통나무집 등으로 다양하다. 아치형 직사각형 등 외관도 업체에 따라 다르다. 최근에는 기능성과 난방기능을 강화하는 추세다. 건강을 위해 황토로 마감하거나 나무를 땔감으로 사용하는 화목보일러를 장착해 난방비를 절감할 수도 있다.

이동식 미니주택의 장점은 트럭이 다닐 길만 뚫려 있다면 어디든 손쉽게 설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용 도중 다른 곳으로 옮기는 것도 가능하다. 다만 농지전용을 하고 건축신고를 한 뒤 사용승인(준공)을 받아 사용해야 사후 법률적 문제를 피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농막은 이런 복잡한 절차가 필요 없다. 면사무소 신고만으로 농지나 임야에 설치할 수 있다. 주거시설로 이용하는 것을 막기 위해 전기·수도·가스 시설 등을 설치할 수 없었지만 2012년부터 농막에 간단한 취사나 농작업 뒤 샤워를 할 수 있도록 간선공급설비 설치를 허용했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