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 만에 같은 스위스 최고급호텔서 '새벽 검거작전'
월드컵 마케팅권 넘겨주는 대가로 수뢰…미국서 10여명 기소할 듯

'부패 스캔들'에 휩싸인 국제축구연맹(FIFA) 최고위층을 겨냥한 새벽 기습 검거작전이 6개월 만에 스위스 취리히의 같은 최고급 호텔에서 벌어졌다.

FIFA 자체 개혁안을 논의하는 회의가 진행 중인 가운데 이번 검거가 이뤄진데다 현직 부회장들을 포함한 고위층의 수십억원대 뇌물수수 혐의가 새로 적발돼 충격을 더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3일(현지시간) 미국 법무부의 FIFA 부패 수사의 일환으로 스위스 당국이 이날 새벽 취리히의 최고급 호텔 '바우어 오 락' 등지에서 전·현직 FIFA 고위 관계자들을 체포했다고 보도했다.

검거된 인물 중에는 알프레도 아위트 북중미축구협회(CONCACAF) 회장 직무대행과 후안 앙헬 나푸트 남미축구연맹(CONMEBOL) 회장이 포함돼 있다고 NYT는 전했다.

온두라스 출신의 아위트와 파라과이 출신의 나푸트는 모두 현직 FIFA 부회장으로 집행위원회 멤버다.

스위스 법무부는 체포 직후 구체적인 이름은 밝히지 않은 채 2명의 FIFA 인사를 미국 법무부의 체포 요청에 따라 구금해 범죄인인도 절차를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스위스 법무부에 따르면 이들은 월드컵 지역예선을 포함한 중남미 축구대회의 마케팅 권리를 넘겨주는 대가로 수백만 달러의 뇌물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스위스 법무부는 이날 중 체포된 인사의 이름을 공개할 예정이다.

미국의 사법당국 관계자는 10명 이상을 공갈, 돈세탁, 사기 등의 혐의로 기소할 예정이라고 NYT에 밝혔다.

북중미와 남미 축구의 수장들이 모두 검거된 데다 혐의 내용이 해당 지역에서 열린 축구대회와 관련돼 있다는 점에서 이번 추가 수사는 중남미 축구계에 가장 큰 타격을 줄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 법무부는 지난 5월27일 역시 스위스에서 FIFA 고위직 7명을 체포하는 등 모두 14명의 축구 관계자들을 기소한 바 있다.

법무부는 미국 시간으로 이르면 3일 오전 중 이번에 추가로 체포한 FIFA 간부들에 대한 기소 내용을 공식 발표할 전망이다.

당시 기소된 FIFA 전·현직 간부들과 스포츠기업 종사자들도 이날 붙잡힌 인사들과 마찬가지로 각급 축구대회에서 마케팅과 중계권을 대가로 거액의 뇌물과 리베이트를 주고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아울러 미국과 스위스 사법당국은 월드컵 개최지 선정 비리와 관련한 수사도 계속 진행 중이다.

그러나 제프 블라터 회장이나 제롬 발케 전 사무총장 등 최고위직은 이번에도 체포 대상에서 빠진 것으로 전해졌다.

FIFA는 AFP통신에 보낸 성명을 통해 "미국 법무부가 오늘 취한 (체포) 조치를 잘 알고 있다"면서 "FIFA는 스위스 법이 허락하는 대로 미국과 스위스의 조사에 성실히 계속 협조해나가겠다"고 밝혔다.

NYT에 따르면 취리히 경찰은 지난 5월 당시와 같은 시간인 오전 6시께 같은 장소인 바우어 오 락 호텔을 급습했다.

특히 이번 검거는 FIFA가 부정부패 척결을 위해 자체 개혁안을 논의하는 이틀 일정의 집행위원회 2일차 회의를 불과 세 시간 앞두고 벌어졌다.

집행위 회의를 위해 취리히에 집결한 FIFA 임원들의 다수가 FIFA의 단골 숙박장소인 바우어 오 락 호텔에 투숙했으며, 검거 작전이 개시되자 호텔 측은 손님들에게 "심각한 상황"이라며 건물 밖으로 나가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서울연합뉴스) 강건택 기자 firstcircl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