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의 '불편한 진실'…친환경 이미지 불구, 전기 생산위해 석탄발전 불가피
지구 온난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친환경’ 전기자동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전기자동차가 온실가스 문제를 해결하긴 힘들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24일(현지시간)보도했다. 자동차가 직접 내뿜는 온실가스는 줄지만 전기차가 사용하는 전기를 생산하기 위해 더 많은 석탄발전소가 가동돼 온실가스 배출량은 줄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WP는 최근 전기차 판매가 급증하고 있는 네덜란드 사례를 소개했다. 네덜란드는 비싼 휘발유 가격(미국의 3배 이상), 전기차 등 친환경 자동차에 대한 인센티브, 내년부터 시행할 휘발유차의 시내진입 금지조치 등으로 전기차 판매가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전체 자동차 판매량의 4%가 전기차였다.

네덜란드를 포함한 유럽연합(EU)은 전기차 판매 확대 등을 통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2030년까지 1990년 대비 40% 감축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 같은 목표는 오는 30일 개막할 파리 UN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도 제출됐다.

문제는 전기차 보급 확대가 온실가스 감축에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기차는 한번 충전하는 데 냉장고가 쓰는 한 달 반 분량의 전기를 사용한다. 전기 공급 확대가 반드시 필요하다. 전기 수요는 늘어나는 반면 풍력이나 태양광, 수력 등 친환경 동력을 활용한 전기 공급은 따라주지 못하고 있다. 풍차발전기는 주민들이 “보기 흉하다”고 반대해 설치를 늘리지 못하고 있다.

결국 늘어나는 전기 수요를 석탄발전소 확대를 통해 해결하고 있다. 네덜란드는 수도 로테르담에 새로 지은 두 곳의 석탄발전소를 포함해 세 곳의 석탄발전소 가동률을 높이고 있다. 네덜란드 정부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는 물론 2030년이 돼도 석탄발전 비중을 작년 수준에서 더 낮추기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네덜란드의 석탄발전 비중은 29%였다. 이는 원유와 석탄 등 기존 에너지원 가격이 사상 유례없는 수준으로 낮게 유지되는 상황과 맞물려 있다고 WP는 보도했다. 에너지 전문가들은 “네덜란드에서는 온실가스 배출구가 자동차 머플러에서 발전소 굴뚝으로 옮겨갔을 뿐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상황은 중국도 마찬가지다. 중국에서는 지난 1~8월 전기차 판매량이 1년 전보다 세 배 가까이 늘어났다. WP는 중국이 전기를 얻기 위해 석탄발전에 높게 의존한다는 점에서 전기차가 친환경과 거리가 멀다는 ‘불편한 진실’에서 예외가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워싱턴=박수진 특파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