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롯데월드타워면세점에서 중국인 관광객들이 쇼핑하고 있다. 한경DB
서울 롯데월드타워면세점에서 중국인 관광객들이 쇼핑하고 있다. 한경DB
면세사업 재승인에 실패한 서울 잠실 롯데 월드타워점 자리에 삼성동 코엑스점이 확장 이전하는 방안이 대안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1000명이 넘는 직원의 고용 안정성을 확보해 면허취소의 사회적 파장을 최소화하고, 국내 1위 면세점 지위를 이어나가기 위해 필요하다는 게 그룹 안팎의 판단이다.

롯데그룹 주요 계열사 사장단은 16일 오후 7시부터 두 시간 동안 서울 송파구 제2롯데월드 내 롯데월드몰에서 긴급 대책회의를 열었다. 노병용 롯데물산 사장이 주재한 이 회의에는 송용덕 호텔롯데 사장, 강현구 롯데홈쇼핑 사장, 이원준 롯데백화점 사장, 이홍균 롯데면세점 대표, 김종인 롯데마트 대표, 이동우 롯데하이마트 대표, 김창권 롯데자산개발 대표, 박동기 롯데월드 대표, 차원천 롯데시네마 대표 등 10명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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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에 참석했던 한 계열사 사장은 “코엑스점을 월드타워점으로 이전하는 방안이 충격을 최소화하는 대안이라는 생각이지만, 본격 추진하기가 아직은 부담스러워 신중한 입장”이라고 말했다. 그는 “월드타워점 직원의 고용승계 문제를 해결하고 비는 영업장 2개층을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이홍균 대표는 사장단회의 직후 연 공식브리핑에서 “그런 논의는 없었다”면서도 “외부에서 그런 얘기가 나오고 있어 앞으로 신중하게 검토해봐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면세점업계 한 고위관계자는 “롯데가 재승인 실패 직후부터 이전을 대안으로 검토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관세청의 승인이 관건인데 갑작스런 특허(특별허가) 회수로 고용승계와 투자액 낭비 등의 문제가 불거지며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그리 큰 문제는 아닐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번에 면허가 취소된 월드타워점은 1989년 1월 서울 잠실 롯데월드에서 문을 열었지만 관세청의 이전승인절차와 3000억원의 매장 재단장 투자를 거쳐 지난해 10월 지금의 롯데월드몰(제2롯데월드)로 자리를 옮겼다. 롯데 월드타워점은 지난해 매출이 4820억원으로, 코엑스점(1732억원)에 비해 3배 가까이 많다.

사장단은 또 이날 월드타워점에 근무 중인 직원 1300여명 모두를 롯데 계열사에서 분산해 수용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소공동 본점을 비롯한 롯데면세점 다른 점포와 롯데월드몰 그룹 운영사인 롯데백화점, 롯데마트, 롯데하이마트 등에서 월드타워점 인력 전원의 고용을 승계하겠다는 것이다.

이홍균 대표는 “소공동 본점이 매장 면적을 2644㎡ 넓힐 계획이고 인천공항 면세점 3기가 시작돼 추가 고용 여력이 있다”며 “롯데월드몰 입점 계열사들도 협력하면 월드타워점 인력 전원의 고용을 유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시내면세점 신규 특허가 나온다면 신청하겠느냐는 질문에 그는 “당연히 신청할 것이고 장소는 월드타워점으로 할 것”이라고 답했다.

면세점 운영 중단으로 인한 협력업체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도 마련했다. 납품 받은 상품뿐만 아니라 인테리어 투자 비용 등의 잔존 가치를 보상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월드타워점 특허는 지키지 못했지만 지역 상권 활성화를 위한 약속은 지키기로 의견을 모았다. 롯데면세점은 월드타워점 특허 재승인 신청 때 석촌호수에 음악 분수를 설치하는 등 총 1500억원가량의 다양한 사회공헌활동을 펼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면세점 운영 중단으로 인한 외국인 관광객 감소로 직접적인 피해가 예상되는 롯데월드몰, 롯데월드 어드벤처 등은 롯데월드몰 및 타워에 입점한 계열사들과 다양한 공동 마케팅을 펼쳐나가기로 했다. 외국인 관광객이 감소하면 송파 잠실관광특구 등 지역경제에 타격이 예상되는 만큼 지역 상권 활성화를 위해서도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해 실행하기로 했다.

노병용 사장은 “직원들의 고용 안전과 협력업체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계열사들이 힘을 모아 난관을 극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병근/강영연 기자 bk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