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에선 '중도금 무이자'라고 홍보하면서 뒤에선 이자를 분양원가에 포함하는 건설사의 분양영업 행태가 법에 저촉되지 않는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6부(조규현 부장판사)는 장모씨 등 494명이 대우건설을 상대로 "허위 광고로 입은 피해를 배상하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고 8일 밝혔다.

2011년 대우건설은 세종시 아파트 두 개 단지의 분양 모집 공고를 내며 '계약조건 : 계약금 10%, 중도금 60%, 잔금 30% / 중도금 전액 무이자 융자'라고 광고했다.

장씨 등은 그 말을 믿고 분양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이들은 2013년 입주 과정에서 아파트 분양가 중 '일반운영 시설경비' 항목이 주변지역보다 크게 높다는 점을 알게 됐고 대우건설로부터 "무이자 금융비용 210억원이 포함돼 그렇다"는 답을 들었다.

이에 장씨 등은 "처음엔 무이자라고 광고를 해 사람을 모았으면서 나중엔 눈속임을 써 입주자들에게 불법으로 경제적 부담을 지웠다"며 부당이익 반환과 손해배상 등 1인당 50만원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그러나 법원은 대우건설의 중도금 무이자 광고를 불법·거짓 광고라고 볼 수 없다며 건설사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광고에서 해당 내용은 '중도금 전액 무이자 융자'라는 단 4단어뿐"이라며 "이 문구에 중도금 이자가 분양대금에 반영되지 않는 '완전 무상'이라는 의미까지 담겨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동통신사들이 '무료통화·문자 요금제'라고 광고하지만, 고객들도 무료 통화에 대한 가격이 실제로 요금에 포함되지 않는 완전한 무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대우건설의 광고 역시 이와 같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는 숙박 예약시의 '조식 무료제공', 상품 구매시의 '1+1' 광고 등 과 같이 일상 거래에서 자주 사용되는 계약조건"이라며 "이런 거래에서 원가가 대금에 반영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은 일반적 경제관념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대우건설은 분양가 상한금액 한도 내에서 분양가격을 정해 입주자 모집광고를 했다"며 "중도금 이자를 분양가에 넣었더라도 분양가 상한제를 위반한 것으로 볼 수 없고 부당이익을 취한 것 역시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방현덕 기자 bangh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