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다 규격·성능 미달…대금 지급 조건 미충족"

민간 기상업체 케이웨더가 기상청을 상대로 "납품한 항공기상장비 라이다(LIDAR)의 대금을 달라"며 낸 소송에서 1심을 뒤집고 기상청이 승소했다.

라이다는 공항 활주로에서 갑자기 부는 돌풍(윈드시어)을 감지해 항공기 이착륙을 돕는 장비다.

케이웨더는 48억원에 제품을 납품했으나 기상청이 물품 인수와 대금 지급을 거부하며 양측은 고소와 소송 등 갈등을 빚고 있다.

서울고법 민사1부(신광렬 부장판사)는 30일 케이웨더가 기상청 산하기관 한국기상산업진흥원을 상대로 낸 물품대금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라이다가 조달계약상의 규격과 성능을 구비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케이웨더는 라이다 도입사업 계약자로 낙찰된 뒤 프랑스 레오스피어 제품 2대를 김포와 제주공항에 각각 설치했다.

하지만 기상청은 "검사·검수를 해보니 납품된 라이다가 필수 요구 규격을 충족하지 못했다"며 인수를 거부했다.

케이웨더도 "규격대로 납품했으니 물건값을 달라"고 반발하며 진흥원과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1심은 케이웨더가 납품한 라이다가 진흥원이 제시한 규격과 성능에 부합했다고 보고 "진흥원이 케이웨더에 미지급 물품 대금 11억3천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이날 2심은 "케이웨더가 납품한 라이다의 성능이 기상청이 구매하고자 한 요구 규격을 충족하지 못하며, 검사·검수 절차가 적법하게 끝나지 않아 사업이 완료되지 않았다"며 "진흥원은 물품 대금 지급 의무가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라이다에 대한 재검사와 재검수가 이뤄진 시점 이후에도 관측 및 표출 이상 사례, 윈드시어 경보 오작동 사례, 장비 장애가 수차례 계속 발생했다"며 "이런 미비사항의 보완이 제대로 이뤄졌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앞서 진흥원과 외부검사기관이 라이다의 성능에 '적합' 의견을 내긴 했지만 해당 진흥원 검사·검수 담당자는 감사원이 업무 부당처리를 이유로 문책을 요구했고, 외부검사기관도 검사 진행 직원이 1명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이번 판결에도 양측의 법적 다툼은 끊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달 16일 검찰은 라이다의 성능이 떨어진다며 인수를 거부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로 기상청 과장 Y(47)씨를 불구속 기소했다.

진흥원도 20일 "케이웨더가 라이다의 성능을 속였다"며 사기 등의 혐의로 케이웨더 대표를 고소하는 등 맞불을 놨다.

이렇게 송사가 이어지는 동안 라이다는 덩그러니 방치된 상태다.

(서울연합뉴스) 임주영 방현덕 기자 bangh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