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 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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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반려동물 훈련사인 강형욱 씨가 직원들에게 갑질을 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강씨가 운영하는 보듬컴퍼니 출신 직원들이 2019년부터 한 구직 온라인 구직사이트에 올린 후기가 뒤늦게 알려지면서다. 직원들은 강씨가 직원의 동의 없이 메신저를 감시하거나, 폭언, 업무 외 요구 등 '갑질'을 일삼았다고 폭로했다.

2019년 7월부터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을 포함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시행되고 있지만, 여전히 다수 직장인이 여러 유형의 직장 갑질을 경험하고 있다. 올해 2월 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전국 19세 이상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벌인 직장 갑질 실태조사에 따르면, '최근 1년 동안 직장 내 괴롭힘을 겪었다'는 응답은 30.5%에 달한다. 심지어 이 중 15%는 극단적 선택을 고려하기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 내 괴롭힘이란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는 행위를 통칭한다. 폭언, 폭행은 물론 성희롱 등 피해 사례는 다양하다.

상사의 폭언에 시달리던 33세 A씨는 최근 4년 동안 근무한 한 음향기기 판매 회사를 퇴사했다. 그는 "1년 6개월 동안 상사에게 욕설, 인격 모독 등 폭언을 듣고 불안장애를 겪었다"며 "다른 상사에게 이를 얘기해도 별 소용 없었다"고 호소했다. 이어 "퇴사 후 박사 과정을 밟고 있다"며 "동종 업계로 다른 회사를 알아보고 있다"고 전했다.

중소기업에서 근무하는 20대 여성 B씨는 이달 8일 한 직장인 커뮤니티에 자신의 성희롱 피해 사실을 알리기도 했다. B씨는 "40대 상사가 장난을 핑계 삼아 어깨를 주무르거나 신체 일부에 손을 댄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업무상 메신저 연락이 오거나 잠시 휴대폰을 보기만 하면 옆에서 '야한 동영상을 보느냐'고 수시로 물어봐 불편하다"며 "그냥 참아야 하는 것인지 고민된다"고 적었다.
지난 2019년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첫날 경기도 수원시 고용노동부 경기지청 민원실에 마련됐던 신고실 / 사진=연합뉴스
지난 2019년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첫날 경기도 수원시 고용노동부 경기지청 민원실에 마련됐던 신고실 / 사진=연합뉴스
이처럼 직장 갑질이 근절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해당 법률에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근로기준법 개정안에 따르면 오직 '보복성 부당대우'에 해당하는 갑질만 이 법으로 기소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반적인 협박, 모욕, 폭행 등 피해에 대해선 형법을 적용받아 피해자가 직접 경찰에 고소해야만 한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대학원 교수는 "직장 내 괴롭힘 유형을 법안에 폭넓게 규정했다는 점은 유의미하지만, 실질적인 규제를 통한 방지 효과는 부족한 것이 사실"이라며 "보복성 부당대우에 해당하는 갑질인지 여부도 애매해 종종 법적 공방이 벌어지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판례 등 데이터가 쌓이고 나면 형법을 끌어오지 않고도 이 법만으로도 직접 처벌이 가능하도록 개정할 필요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밖에 규제에서 벗어난 사각지대도 존재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정규직 전환이 걸려있는 비정규직은 고용 형태상 직장 갑질을 신고하기가 쉽지 않다. 이정훈 노무사는 "계약 만료 시 연장 거부 사유가 만약 직장 갑질인 경우 회사에 불이익을 주는 식의 보완적인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법이 현실에 적용되는 과정에서 생기는 여러 부작용 및 예외적인 상황에 대한 사회적 논의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진우 한경닷컴 기자 politpe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