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고법원 대안으로 추진…국회에 곧 수정안 제시

대법원이 사건 적체로 재판이 지연되는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특별재판부를 만들기로 했다.

대법원에 설치하는 특별재판부는 그동안 추진해온 상고법원의 대안으로 마련했다.

의원 입법으로 국회에 계류 중인 상고법원 설치안을 유지하되 반대 의견을 고려해 원안에서 한발 물러선 조치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은 상고법원을 특별재판부 형태로 내부 재판조직에 편입하는 수정안을 다음 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위에서 제시할 계획이다.

이 방안은 최종심 재판을 대법원에서 받아야 한다는 국민정서와 법 감정을 반영한 것이다.

상고법원 설치가 대법원을 최고법원으로 규정한 헌법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고려했다.

대법원은 원안에 포함된 특별상고제도 폐지와 보완책도 검토하고 있다.

특별상고는 상고법원 판결이 헌법이나 대법원 판례와 어긋나는 등 예외 상황에서 대법원에 재심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그러나 특별상고는 사실상 '4심제'에 해당하고 시간·비용 부담이 늘어난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대법원은 배당 단계에서 사건 심사를 강화하고 특별재판부 사건을 쟁점별로 대법원 소부나 전원합의체가 가져가는 '직권이송명령' 제도를 도입할 수 있다는 견해를 보인다.

상고법원이 서울에 설치되면 지역 주민의 접근성이 떨어지는 문제점을 보완하려고 '순회재판'을 마련했다.

지역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사건은 재판부가 해당 지역에 내려가서 재판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상고이유서 등 각종 기록을 지역의 원심법원에도 제출할 수 있게 할 방침이다.

대법원이 필수적으로 맡아야 하는 사건도 확대를 검토 중이다.

10년 이상 징역·금고형 사건과 주요 공직자 수뢰 사건, 중앙행정기관이나 기관장이 피고인 행정사건 등이 대상이다.

법관 인사와 관련한 보완책도 마련했다.

상고법원 판사를 선발할 때 대법관 임명절차에 준하는 추천위원회를 구성하는 방안이다.

입법·행정부가 임명절차에 참여해 대법원장의 인사권 강화에 따른 법원조직의 관료·계층화를 막을 수 있다.

판사들이 상고심으로 몰려 하급심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상고법원 판사 보직이 끝나면 1심 재판으로 복귀하도록 할 방침이다.

대법원은 국회를 비롯한 각계의 제안들을 검토해 대안을 마련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원안을 포함해 법사위에서 논의할 수 있는 모든 대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작년 12월 국회의원 168명 이름으로 상고법원 도입에 필요한 법률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국회 논의는 지지부진한 상태다.

법안은 내년 5월까지인 19대 국회 임기 안에 통과하지 못하면 자동으로 폐기된다.

그렇게 되면 최고법원의 심각한 재판 지연 사태를 해결할 수 없게 되고 그 피해는 경제적 약자들이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

대법원에는 교통범칙금 불복과 같은 사소한 사건까지 몰려 현재 대법관 1명이 1년에 처리해야 하는 사건이 3천여 건에 달한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 대법관보다 최대 수십 배나 많은 것이어서 재판이 지연되고 부실 판결이 나오는 원인이 됐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dad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