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동연구원 분석 놓고 '갑론을박'…임금피크제 도입효과 자료 취소 해프닝도

상위 10% 임직원의 임금인상을 자제하면 최대 11만명에 달하는 신규채용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근로시간 단축도 최대 19만명의 고용 창출 효과를 가져오는 것으로 분석됐다.

노동계는 이런 내용의 한국노동연구원 보고서가 발표되자 비현실적인 가정에 근거한 '뻥튀기 자료'에 불과하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 노동연구원 "고액연봉자 임금동결, 막대한 고용창출 효과"

15일 한국노동연구원이 발표한 '상위 10% 임금인상 자제에 따른 고용효과 추정' 자료에 따르면 노사정은 지난달 대타협 당시 고소득 임·직원이 자율적으로 임금 인상을 자제하고, 기업은 이에 상응하는 기여로 청년고용 확대를 위해 노력하기로 합의했다.

보고서는 이에 따라 100인 이상 사업체의 업종별 상위 10% 임금근로자가 임금을 동결할 경우 9만 1천545명의 정규직 신규 채용 효과가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임금 동결로 인한 인건비 절감분 월 2천24억원을 모두 신규채용에 쓸 경우 평균 월급여 226만원의 정규직 신규 근로자 9만 1천545명을 채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분석에서는 상위 10% 임금근로자 바로 밑에 위치한 임금 차상위자도 임금 인상을 자제한다고 가정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에서 5만 3천814명, 사업지원서비스업에서 1만 9천648명, 기술서비스업에서 5천120명, 건설업에서 3천113명, 금융보험업에서 3천26명의 신규 채용이 이뤄질 것으로 분석됐다.

상위 10% 임금근로자의 임금인상률이 1%로 자제될 경우 정규직 신규채용 규모는 8만 5천382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됐다.

상위 10%의 임금 동결로 절감한 재원을 이용해 정규직뿐 아니라 임금 수준이 낮은 비정규직까지 채용할 경우, 신규채용 규모는 11만 2천729명으로 더욱 커질 것으로 분석됐다.

세계 최장 수준인 우리나라의 근로시간을 줄이면 최대 19만개의 일자리가 늘어날 수 있다는 분석 결과도 나왔다.

'근로시간 단축의 고용효과 추정' 보고서에 따르면 특수고용종사자, 5인 미만 사업장 등을 제외한 1천 10만 5천명 중 현재 주 52시간 넘게 일하는 근로자는 105만 5천명(10.4%)에 달한다.

이를 토대로 시뮬레이션하면 노사정 합의대로 근로시간을 주 52시간으로 줄일 경우 고용효과는 11만 2천명에서 19만 3천명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 노동계 "비현실적 가정 근거한 뻥튀기 자료"

노동계는 노동연구원의 발표에 대해 강력하게 반발했다.

비현실적인 가정에 근거해 고용효과를 극도로 부풀린 자료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노동계는 ▲ 100인 이상 사업장이 모두 임금동결에 동참한다는 가정 ▲ 저임금 업종의 상위 10% 근로자도 임금동결을 한다는 가정 ▲ 임금동결이 곧바로 신규채용으로 이어진다는 가정 등을 비현실적인 가정으로 꼽았다.

노동연구원 분석에서는 고임금업종과 저임금업종을 가리지 않고 모든 업종에서 100인 이상 사업장의 상위 10% 임금근로자가 임금 동결이나 자제에 동참한다고 가정했다.

예컨대 대표적인 저임금업종인 '육상운송업'에서도 상위 10% 임금근로자의 임금 동결이나 자제가 이뤄져, 그 인건비 절감분으로 신규 채용에 나선다고 가정했다.

한국노총의 정문주 정책본부장은 "현실에 도저히 들어맞지 않는 가정을 근거로 뻥튀기 자료를 내놓는 저의가 무엇인지 의심스럽다"며 "무엇보다 노사정 대타협의 임금인상 자제는 '노사 자율'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재계에서도 임금 동결이 신규채용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 회의적이다.

한 대기업 임원은 "한해 임직원의 임금을 동결하는 것은 '일회성 이벤트'에 불과하지만, 추가 채용한 인력은 기업에 지속적인 인건비 부담으로 작용한다"며 "임금 동결이 채용규모 확대로 이어질 것이라는 가정은 기업 현실을 잘 모르고 하는 얘기"라고 말했다.

한편 노동연구원은 전날 오후 보도자료를 배포하며 '임금피크제 도입의 고용효과' 자료도 함께 배포했으나, 저녁 무렵 이 자료를 부랴부랴 취소하는 해프닝을 빚기도 했다.

연구원은 "자료에 중대한 오류가 발견돼 이번 보도자료에서 삭제한다"고 밝혔다.

해당 자료는 임금피크제의 고용 효과를 최대 13만여명으로 추산해 고용노동부 등에서 자주 인용했으나, 올해 국정감사 때 야당 의원들이 "고용효과를 지나치게 부풀렸다"고 강하게 비판한 것이다.

(서울연합뉴스) 안승섭 기자 ssa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