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진의 '대구 세일즈'엔 밤낮이 없다
권영진 대구시장(사진)이 최근 들어 잇단 해외 출장을 통해 전 세계 기업을 대상으로 ‘대구 세일즈’ 광폭 행보를 펼치고 있다. 물산업과 로봇산업 등 첨단산업을 유치해 대구의 산업 체질을 획기적으로 바꾸겠다는 취지다. 서울, 부산에 이은 대한민국 3대 도시로서의 위상을 되찾겠다는 것이 권 시장의 목표다.

권 시장은 14일부터 23일까지 9박10일 동안 이탈리아 프랑스 독일 등 유럽을 방문할 예정이다. 출장 기간 권 시장은 세계적인 자동차 기업과 대구 자동차부품 기업 간 협력 방안을 모색한다. 또 지난 7월 밀라노와 자매도시 체결 이후 처음으로 밀라노 시장을 만나 두 도시의 전통 산업인 섬유·패션 및 섬유기계 분야 민간교류 강화방안을 협의할 예정이다. 앞서 권 시장은 추석 연휴 기간인 지난달 27일부터 1주일 동안 미국을 방문해 세계물환경연맹(WEF) 및 물산업 선도 도시인 위스콘신주 밀워키시와 물산업 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권영진의 '대구 세일즈'엔 밤낮이 없다
권 시장이 가장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는 물산업과 미래자동차, 로봇, 의료산업이다. 대구의 산업체질 개선을 통해 미래 먹거리산업 발굴에 승부수를 띄우고 있다는 것이 대구시의 설명이다.

시 고위 관계자는 “섬유산업이 잘나갈 때 대구는 미래 산업구조를 전환하는 데 실패했다”며 “또 한 번 체질 개선에 실패하면 대구의 미래는 없다는 절박한 위기감을 갖고 권 시장이 미래 산업을 챙기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는 1990년대 말 섬유산업 구조 고도화 사업인 밀라노프로젝트가 성공을 거두지 못하면서 위기 국면에 빠졌다. 전국에서 지역 내 총생산(GRDP)이 차지하는 비중이 1987년 4.6%(8위)에서 2013년 3.1%(11위)로 낮아졌다. 1995년 이후 매년 1만2000여명의 인구 순유출이 이어지고 있다. 과거 서울, 부산에 이어 대한민국 3대 도시로 불리던 대구는 결국 인천시에 자리를 내줬다.

침체에 빠진 대구 경제의 산업체질 개선을 위한 계기가 된 건 지난달 15일로 설립 1주년을 맞은 대구 창조경제혁신센터. 전국 1호 창조경제혁신센터인 이곳을 중심으로 삼성과의 창조경제 협력체제를 구축한 데 이어 첨단 의료단지 내 102개 기업 및 연구기관 유치 등을 통해 산업체질 개선을 위한 기반을 다졌다. 권 시장은 이를 토대로 해외 기업들을 대상으로 본격적인 세일즈 활동에 나선 것이다.

권 시장의 이번 유럽 방문은 전기차와 미래차, 로봇산업 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프랑스와 독일에서 방문할 6개 기업 가운데 4개가 자동차 회사다. 유럽 내 전기차 선두 기업인 르노와 자동차 3차원(3D) 시뮬레이션 프로그램 분야의 글로벌 기업인 다쏘시스템, 대구의 평화발레오 합작사인 발레오, 독일 보쉬엔지니어링 등을 찾아 투자 유치와 협력방안을 논의한다.

이번 권 시장의 유럽 출장에는 김위상 한국노동조합총연맹 대구지부 의장과 김선일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장이 동행한다. 김 의장의 동행은 대구가 ‘노사 안정 도시’라는 점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다. 시 관계자는 “투자 유치에 있어 유럽 기업은 노사 문제에 민감하기 때문에 최근 10년간 노사 분규가 전국 최저인 대구의 환경을 강조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대구시는 지난달 25일 전국 처음으로 대구시 산하 4개 공사·공단이 임금피크제 도입에 합의했다. 권 시장이 추석 연휴에도 공사·공단 등을 수차례 찾아 협조를 구한 노력 덕분이었다는 것이 시 관계자의 설명이다.

대구=오경묵 기자 okm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