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과의 새로운 관계설정에도 주력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오는 19∼23일 취임 후 처음으로 영국을 국빈 방문한다.

중국 외교부는 13일 루캉(陸慷) 대변인 명의의 발표문에서 시 주석이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초청으로 닷새간 영국을 국빈 방문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취임 후 처음으로 이뤄지는 시 주석의 영국 방문은 지난달 말 미국 국빈 방문에 이어 약 20일 만에 이뤄지는 것이다.

중국 국가주석의 국빈 방문으로는 2005년 후진타오(胡錦濤) 당시 주석 이후 10년만이며 중국 정상의 영국 방문으로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차 이뤄진 후진타오 주석의 2009년 4월 방문 이후 6년여만이다.

시 주석은 부인 펑리위안(彭麗媛) 여사와 함께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마련하는 공식 환영식과 환영만찬 등의 일정에 참석하고 엘리자베스 2세와 단독 면담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와 회담을 통해 경제·무역 협력 방안을 포함해 양자관계 발전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시 주석의 방문 기간 양국은 기존 합의를 바탕으로 추가적인 대규모 계약을 체결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캐머런 총리는 지난 6월 영국을 방문한 왕이(王毅) 외교부장에게 시 주석의 영국 방문을 고대하고 있다며 "영국은 고속철, 민수용 원자력, 항공, 전신 등 분야에 대한 중국 측의 투자를 환영한다"고 강조, 중국과의 경제 협력 의지를 표명했다.

왕이 부장은 "시 주석의 올 가을 영국 방문은 역사적 의미를 지니며 양국 관계 발전의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그러면서 "이번 방문의 성공을 통해 양국관계를 '황금시대'로 진입시켜 나아가자"고 강조했다.

중국과 영국은 리커창(李克强) 총리의 지난해 6월 방문을 계기로 차세대 인프라 사업인 고속철과 원전 건설에 관한 양해각서를 체결하는 등 140억 파운드(약24조원) 규모의 경제협력 방안에 합의한 바 있다.

시 주석의 일정이 비교적 긴 닷새로 짜인 점을 감안하면 수도 런던 외에도 다른 도시 몇 군데를 추가로 방문할 가능성이 크다.

시 주석의 영국 국빈방문 계획은 지난 5월 엘리자베스 2세가 의회연설을 통해 직접 발표했다.

영국과 중국의 외교관계는 2012년 캐머런 총리가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를 만난 뒤 냉각됐으나 점진적으로 회복됐다.

올해 초 영국은 미국의 반대를 무릅쓰고 중국 주도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주요 7개국(G7) 중 처음으로 가입해 중국에 힘을 실어준 바 있다.

시 주석 역시 지난 3월 윌리엄 왕세손과 따로 만나 환대하는 등 중국이 영국과의 관계를 매우 중시하고 있음을 보여준 바 있다.

시 주석은 최근 미국 방문에 이어 서방의 주요국인 영국까지 잇따라 방문함으로써 유럽과의 새로운 관계를 설정하고 자국이 추진 중인 신형국제관계 구축에도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관영 차이나데일리는 13일 시 주석의 영국 방문이 중국의 '제2의 도약'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분석하면서 새로운 경제 발전의 모멘텀을 필요로 하는 중국에 유럽의 발전경험이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영국 현지에서는 시 주석의 영국 방문 기간 영국 왕실이 오찬 메뉴로 가자미 요리를 제안했으나 완곡히 거절당했다는 보도가 나오는 등 시 주석의 방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베이징연합뉴스) 홍제성 특파원 js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