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영토문제 합의에 따라 진전시켜야"·푸틴 "경제협력 잠재력 크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유엔 총회를 계기로 약 10개월 만에 정상회담을 했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아베 총리와 푸틴 대통령은 2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의 유엔 본부에서 만나 약 40분에 걸쳐 회담했다.

두 정상이 회담한 것은 작년 11월 이후 처음이다.

이들은 쿠릴 4개 섬(북방영토) 문제와 푸틴 대통령의 일본 방문 등 현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정상은 쿠릴 4개 섬의 영유권 문제에 관해 양국이 수용할 수 있는 해결책을 만들도록 교섭을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양국은 2013년 4월 정상회의 후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상호 수용 가능한 형태로 북방영토 문제를 해결하고 평화조약을 체결하기로 했으나 작년 1월 이후 교섭이 중단된 상태다.

두 정상은 11월 예정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등 국제회의를 활용해 정상회담을 이어가고 푸틴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할 "가장 좋은 시기"를 모색하기로 했다.

푸틴 대통령의 일본 방문은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일본이 러시아를 제재하는 등 미국 등 서방 국가와 보조를 맞추는 가운데 지연됐으나 28일 회담에서 실행 의사를 양국이 재확인한 셈이다.

양측은 영유권 문제와 경제 협력 등 자국의 관심사를 회담에서 각기 상세히 거론한 것으로 보인다.

아베 총리는 "내가 자민당 총재로 재선됐다.

이로써 차분하게 푸틴 대통령과 평화 조약 교섭에 임할 토대가 마련됐다"며 "영토문제는 2013년 4월의 합의에 따라 진전시킬 필요가 있다.

평화교섭은 건설적이고 조용한 분위기에서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양국 사이에는 여러 방면에서 대화가 활발해지고 있다.

무역경제 정부 간 위원회나 안전보장 책임자의 협의도 이뤄졌다"며 "(양국 사이의) 경제 협력에는 큰 잠재력이 있다고 믿는다.

양국 공동 사업이 그것을 뒷받침한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와 푸틴 대통령은 약 40분에 걸친 회담 가운에 약 10분간은 통역만을 대동하고 비공개 대화를 나눴다고 교도는 전했다.

양측이 이 자리에서 어떤 내용을 주고받았는지는 바로 확인되지 않고 있으나 쿠릴 4개 섬 문제에 관해 이견을 좁혔는지가 주목된다.

이달 21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무상이 모스크바를 방문해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회담한 후 열린 회견에서 양국은 쿠릴 섬의 영유권에 관해 극명한 시각차를 드러낸 바 있다
당시 라브로프 외무장관은 샌프란시스코 강화회의에 따라 러시아가 쿠릴 4개 섬을 모두 실효지배한 것을 염두에 두고 '일본은 2차 대전 후 역사적 사실을 수용해야 한다'고 압박했으며 쿠릴 섬의 영유권이 회담에서 협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반면 기시다 외무상은 회담 시간의 절반가량을 영토 문제를 논의에 할애했으며 라브로프 외무장관의 언급이 "말하는 방식, 단어 사용 방식의 문제"라고 주장했다.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sewon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