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쟁 반대·아베 사퇴” >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용인하는 안보 관련 법안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18일 오후 도쿄 국회의사당 앞에서 ‘전쟁 반대’ ‘아베 사퇴’ 등이 적힌 푯말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도쿄AP연합뉴스
< “전쟁 반대·아베 사퇴” >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용인하는 안보 관련 법안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18일 오후 도쿄 국회의사당 앞에서 ‘전쟁 반대’ ‘아베 사퇴’ 등이 적힌 푯말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도쿄AP연합뉴스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용인하는 안보 관련 법안이 19일 새벽 일본 참의원 본회의를 통과했다. 1947년 전쟁 포기를 규정한 일본 평화헌법 시행 이후 68년 만에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통해 ‘전쟁이 가능한 나라’로 바뀌었다. 법안이 위헌 논란을 불러온 데다 일본 국민 여론을 무시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부의 법안 강행 처리에 일본 헌법학자와 평화주의자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위헌 논란 속 법안 통과

일본 연립여당인 자유민주당과 공명당은 이날 자위대법 개정안을 비롯한 11개 안보 관련법 제·개정안을 표결, 찬성 다수로 가결했다. 집단적 자위권은 자국과 동맹을 맺은 나라가 침략당하면 이를 자국에 대한 침략행위로 간주해 침략국과 맞서 싸울 수 있는 권리다. 야당은 아베 신조 총리와 관계장관들의 문책 결의안 및 내각 불신임안을 제출하고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로 맞섰지만 연립여당이 참의원 의석 과반을 확보한 상황에서 법안 통과를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여당은 “일본 국민의 생명을 지키고 전쟁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한 법안”이라고 강조했다.
일본 68년 만에 '전쟁 가능한 나라로' 복귀
이번 안보법안 제·개정은 처음부터 아베 총리의 주도로 이뤄졌다. 아베 총리는 2006년 1차 내각 시절부터 집단적 자위권 행사와 평화헌법 개헌 의사를 밝히면서 ‘전쟁 가능한 나라’로의 복귀를 추진했다. 건강상 이유로 물러난 지 5년 만인 2012년 12월 총리직에 복귀한 뒤에도 우경화 노선에는 변함이 없었다. 집단적 자위권 행사가 가능하도록 헌법 해석을 변경하고, 안보 체제 개편을 추진했다. 역대 정부가 60년 이상 유지해온 ‘집단적 자위권 행사는 위헌’이라는 해석을 180도 바꾼 것이다. 1972년 다나카 가쿠에이(田中角榮) 전 총리도 헌법상 자국 방어를 위한 개별적 자위권 행사는 인정했지만 집단적 자위권은 쓸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지난 4월에는 집단적 자위권을 반영해 미·일 방위협력지침을 개정하고 미 상·하원 합동 연설에서 안보 관련 법안 통과를 약속했다. 법안이 국회 통과 절차를 밟는 동안 헌법학자들을 중심으로 위헌 논란이 불거졌지만 아베 총리는 아랑곳하지 않고 법안을 밀어붙였다.

○‘존립 위협’ 자의적 해석 문제

이번 안보법안 성립에 따라 자위대는 세계 어디서나 미국 등 외국 군대를 후방지원할 수 있고, 일본 존립에 위협받을 수 있다고 판단하면 무력행사도 가능해졌다. 한반도 유사시에는 자위대와 미국이 공동 대처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했다. 중국의 해양 진출을 견제하고 미·일 간 안보협력을 더욱 견고히 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존립 위협 사태’라는 규정을 자의적으로 해석할 경우 전쟁도 가능해졌다. 시민단체, 야당 등이 ‘전쟁 입법’이라고 주장하는 이유다.

일본 지식인들은 국민 54%(아사히신문 여론조사)가 반대하는 법이 강행처리되고 평화헌법의 정신이 훼손된 데 울분을 토하고 있다. 자민당 추천 참고인 자격으로 헌법심사회에 출석했던 하세베 야스오 와세다대 교수는 “입헌주의에 대한 정면 도전”이라고 비판했다. 호사카 마사야스 일본 근대사 연구자는 도쿄신문에 “비군사주의를 축으로 한 일본의 전후 민주주의가 무너지고 ‘준전시 체제’로 전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등 야당은 시민단체와 연계해 장외투쟁에 나설 태세다. 연립여당도 여론 향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여론을 무시한 결정에 일본 국민이 등을 돌릴 경우 걷잡을 수 없는 후폭풍에 시달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도쿄=서정환 특파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