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표 포함 9억원 받아…지인에게 비상장주식 투자 유도 혐의도

4조원대 유사수신 사기범 조희팔에게서 뇌물을 받은 대구지방경찰청 권모(51) 전 총경이 구속됐다.

대구지법 정영식 영장전담 판사는 15일 권 전 총경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 실질심사) 뒤 "범죄 사실에 대한 소명이 있고 증거인멸 및 도주 우려가 있다"며 영장을 발부했다.

조희팔의 은닉재산 흐름을 재수사하는 대구지검 형사4부(부장검사 황종근)는 권씨에 대해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뇌물과 사기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에 따르면 권 전 총경은 대구경찰청 강력계장으로 근무하던 2008년 10월 조씨에게 1억원짜리 자기앞수표 7장을 포함, 모두 9억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이는 조씨가 중국으로 도주하기 한 달여 전으로 경찰이 조씨를 본격 수사하던 때다.

검찰은 "조희팔이 수사 정보를 제공받고 수사 무마를 시도하기 위해 돈을 건넨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권 전 총경은 검찰 수사에서 "일부는 빌린 돈이고 일부는 투자금으로 다른 사람에게 전달만 했다"는 취지로 직무 연관성을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권 전 총경은 2008년 7∼8월 주변 사람들에게 비상장 회사의 주식을 사면 곧 상장돼 주가가 급등할 것이라며 투자를 유도한 혐의도 받고 있다.

권 전 총경은 과거에도 검찰의 내사를 받았으나 조희팔이 중국으로 도주한 뒤 사실 관계 확인이 어려워 그동안 내사 중지된 상태였다.

경찰청은 금품수수 등 혐의로 권씨를 2012년 8월 해임했다.

권씨는 해임처분이 부당하다며 소송을 냈고, 지난 4월 대법원은 해임처분이 정당하다는 확정 판결을 했다.

대구지검 관계자는 "조희팔 사건을 다시 수사하면서 광범위한 계좌추적을 진행했고 이 과정에서 관련자들의 혐의를 일부 확인했다"고 밝혔다.

대구지검은 최근 조희팔 측에서 1억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 등으로 전직 경위급 경찰관 김모(49)씨를 구속했다.

또 지난 1월에는 조희팔 측에서 수사 무마 부탁을 받고 15억8천600만원 상당의 뇌물을 받은 대구지검 서부지청 오모(54·구속) 전 서기관을 구속 기소했다.

대구지검은 지난해 7월 대구고검에서 조씨 사건 재기수사 명령을 받고, 조씨 은닉자금 흐름 등을 재수사하고 있다.

조희팔은 의료기기 대여업 등으로 고수익을 낸다며 2004년부터 5년 동안 4만∼5만 명의 투자자를 끌어모아 4조 원가량을 가로챈 뒤 2008년 12월 중국으로 밀항해 도주했다.

그는 2011년 12월 급성 심근경색으로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확인되지는 않았다.

(대구연합뉴스) 류성무 기자 tjd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