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불황에 거제산단 조성 '삐걱'
조선해양플랜트 국가산업단지 조성을 놓고 기업들의 참여가 불투명해지면서 거제시가 고민에 빠졌다. 대규모 산단 조성을 위해서는 지역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의 참여가 필요한데 해양플랜트 경기가 바닥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아직 참여결정을 못해 사업추진에 빨간불이 켜졌기 때문이다.

경남 거제시는 19일 시의회에서 ‘거제해양플랜트국가산단 주식회사’ 창립총회 및 이사회를 개최하기로 했다. 거제시와 한국감정원, 경남은행, 부산강서산업단지(실수요자조합) 등 주주협약을 체결한 4곳이 모여 정관 승인과 이사 선임 건을 다룬다.

거제해양플랜트국가산단(주)은 30억원 규모의 민관합동 특수목적법인(SPC)에 대한 설립등기를 마치고 산단 조성을 추진하게 된다. 거제시가 산업단지계획 승인 등 인허가 업무를 총괄하고 한국감정원은 보상 관련 업무를 맡는다. 부산 강서산업단지는 분양과 사업비 조달을, 경남은행은 자금관리와 중도금 및 잔금 대출을 담당하기로 역할을 분담했다.

SPC 설립을 위한 첫발을 내디뎠지만 국내 3대 조선사가 해양플랜트 분야에서 천문학적 규모의 손실을 입는 등 상황이 좋지 않아 창립총회를 바라보는 지역 내 시선은 ‘기대 반, 우려 반’이다.

조선 불황에 거제산단 조성 '삐걱'
김성갑 거제시의원은 “거제시가 해양플랜트 국가산단 입주 의향을 밝혔다고 하는 20여개 업체 가운데 투자계약을 체결할 정도로 제대로 된 기업이 몇 곳이나 되는지 의심스럽다”며 “거제의 미래를 결정할 대규모 프로젝트인 만큼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거제시도 나빠진 해양플랜트 경기에 대해 걱정하긴 마찬가지다. 이 때문에 속마음은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이 산단 조성에 참여의 뜻을 밝혀주기를 바라고 있다.

김종국 거제시 국가산단추진단장은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 두 곳 모두 참여하겠다고 의사는 밝혀 놓고 있다”며 “지금까지 모두 28개 업체가 입주의향서를 제출하긴 했지만 계약단계에 가면 면적을 축소하거나 아예 취소하는 경우도 생기기 때문에 든든한 기업이 들어와 주길 희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명확하게 참여가 결정된 건 아니다”며 “회사가 어려운 상황이라 좀 애매하다”고 말했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시장 상황이 좋지 않아 가능성을 열어 두고 검토하고 있는 단계”라고 했다.

거제 해양플랜트 국가산단은 지난해 12월 개발계획이 확정됐다. 사업비 1조3000억원을 들여 거제시 사등면 사곡리 일원 381만1200㎡(육지부지 44만4690㎡, 해수부지 336만6510㎡) 면적에 2020년까지 해양플랜트 전용 산단을 조성할 계획이다. 시 관계자는 “132억원 규모의 조사설계 용역 중”이라고 말했다.

거제=김해연 기자 ha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