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70년, 다시 기업가 정신이다] 와병중에도 맛 테스트…국내 첫 자동화설비 도입
“회사는 수백만개의 빵을 생산하지만 고객은 단 한 개의 빵을 사는 것이기 때문에 모든 빵의 품질에 신경 써야 한다.”

고(故) 허창성 SPC 창업주는 공장에 방문할 때마다 이 말을 했다. 그는 단 하나의 불량품도 나오지 않는 것이 회사의 가장 큰 목표라는 점을 항상 강조했다.

허 창업주의 경영 철학은 ‘국리민복(國利民福)’으로 요약된다. ‘값싸고 좋은 품질의 빵을 소비자에게 공급하고, 적당한 이윤을 확보해 국가에 세금을 납부하는 것’을 기업의 역할로 여겼다.

허 창업주는 빵의 품질을 높이기 위한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특히 제빵 선진국인 일본의 기술을 배워오기 위해 노력했다. 1964년 도쿄올림픽 경기 참관단 자격으로 일본을 방문한 허 창업주는 비행기에서 기내식으로 준 부드러운 일본식 빵을 보고 일본의 선진 제빵기술을 배워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일본 제빵 기술자를 직접 한국에 초빙해 삼립식품의 전반적인 체계를 바꿨다. 삼립식품은 그해 국내에서는 최초로 자동화 설비를 도입했고, 식빵을 양산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16억개 넘게 팔린 크림빵도 이때 배워온 기술을 접목한 제품이다.

허 창업주는 2003년 병석에 누워있던 마지막 순간까지도 회사 제품개발팀에 요청해 신제품의 맛을 테스트했다. 그의 품질에 대한 ‘유별난 고집’은 차남인 허영인 SPC 회장에게 이어졌다. 허 회장은 1960년대 후반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운전면허증부터 땄다. 허 회장은 ‘빵이 맛있는 집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차를 직접 몰고 그 매장을 찾았다. 맛있는 빵을 대량으로 구매해 회사 내에 있던 제빵실로 가져가 신제품 개발에 참고했다.

지난해 프랑스 파리 중심가 샤틀레 지역에 파리바게뜨 매장을 열 때도 허 회장은 5월부터 두 달간 매일 두 차례씩 다른 레시피로 만든 바게트를 직접 시식하며 품질을 테스트했다.

허 회장은 “한국인들이 밥을 두고 ‘질다’ ‘꼬들꼬들하다’ ‘차지다’ 등 다양하게 표현하는 것처럼 프랑스인들은 바게트에 민감하다”며 “프랑스인이 감탄하는 바게트를 내놓을 수 있도록 맛을 계속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의 품질 고집 덕에 파리 1호점은 하루평균 800명의 현지인이 바게트를 사러 오는 인기 매장이 됐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