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시대 개인재무관리 ABC] (17)고환율의 혜택과 비용
최근 원·달러 환율이 가파르게 상승하며 고환율 시대의 전조가 보이자 현대자동차 등 수출기업의 주가가 크게 올랐다. 일반적으로 고환율은 수출품의 가격경쟁력을 강화해 기업의 매출과 이익이 증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런데 대한민국의 평균적인 개인투자자 갑에게도 고환율이 항상 굿 뉴스일까.

갑의 순재산 5억원의 내역을 보자. 3억5000만원이 주택에, 나머지 1억5000만원이 보험, 예·적금, 주식과 승용차 등에 투자돼 있다. 특히 지난 수년간 주식시장이 지지부진해 갑의 주식투자액은 2000만~3000만원 정도, 즉 전 재산의 4~6%에 불과하다. 또 삼성전자, 현대차 등은 너무 비싸고 대박 수익률을 기대할 수 없어 갑은 중저가 종목 위주로 투자했다. 이 종목들의 수출 규모가 크지 않다면 투자자 갑에게 고환율의 혜택은 별로 없다.

반면 생활인 갑에게 고환율은 수입품은 물론 모든 해외구매 제품과 서비스 가격의 인상을 의미한다. 즉 가족과 함께하는 해외여행, 해외직구를 통한 제품 구입 시에도 예전보다 돈이 더 든다. 결국 대한민국의 평균적 생활인 갑에게 고환율은 고비용과 다름없다.

한편 당국은 수출 실적 등을 고려해 고환율은 환영하고 저환율에는 과잉대응한다. 대한민국 역사상 저환율인 적이 거의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구매력 대비 각국 통화의 고(저)평가 수준을 나타내는 빅맥지수를 보면 지난 8월4일 현재 1164원인 원·달러 환율은 원화의 23% 저평가를 암시한다. 즉 한국과 미국의 맥도날드 빅맥 가격만 보면 달러당 898원이 원화의 구매력을 제대로 반영하는 환율이다.

수출기업에 근본적으로 중요한 것은 고환율이 아니라 기업의 경쟁력이다. 스마트폰 경쟁력이 약화된 삼성전자는 최근의 고환율에도 불구하고 주가는 하락세였다. 반면 지난 10년간 애플 주가의 지속적 상승은 대체 불가능한 애플 제품만의 경쟁력과 사용자 경험 때문이다. 명심해야 할 것은 습관적 고환율은 기업의 질적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엔화는 1970년대 달러당 300엔 수준에서 지속적으로 절상돼 왔지만 혼다와 도요타는 경쟁력 강화로 이를 극복했다. 게다가 달러당 1164원은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1월의 평균환율과 같아 이미 충분히 높은 수준이다. 비유한다면 박찬호, 류현진의 성공은 오로지 실력만이 유일한 돌파구인 메이저 리그의 도전적 환경에 힘입은 바 크다. 마찬가지로 도전적 ‘정상환율’은 장기적으로 기업의 경쟁력과 잠재력을 극대화할 기회가 될 수 있다.

유진 < 한양대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