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이완구 전 국무총리 사건과 김양 전 국가보훈처장 사건을 다른 재판부에 각각 재배당했다. 피고인들이 선임한 변호사가 재판부와 연고가 있으면 재배당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한 재판예규를 법원이 적극 활용하기로 의견을 모은 이후 첫 조치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3일 보도자료를 통해 “이 전 국무총리 사건과 김 전 국가보훈처장 사건을 재배당했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부 재판장들은 지난달 20일 형사합의 재판부와 일정한 연고가 있는 변호사가 선임돼 재판 공정성에 우려가 있다고 판단되면 재배당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한 예규를 적극 활용하기로 의견을 모은 바 있다.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이 전 총리 사건은 애초 형사21부(부장판사 엄상필)에 배당됐다. 이 전 총리는 재판장과 사법연수원 동기(23기)인 이상원 변호사를 선임했다. 법원은 이 사건을 재판장이 변호인과 연고가 없는 형사22부(부장판사 장준현)에 재배당했다.

해상작전헬기 로비 의혹으로 기소된 김 전 처장 사건도 형사21부에 배당됐었다. 김 전 처장은 엄상필 부장판사와 고교 동문인 최종길 법무법인 케이씨엘 변호사를 선임했다. 이에 법원은 사건을 형사23부(부장판사 현용선)에 재배당했다. 이 전 총리와 함께 기소된 홍준표 경남지사는 재판을 맡은 형사23부 재판장과 사법연수원 동기(24기)인 이철의 변호사를 선임했다가 공판준비기일 당일 오전에 선임을 철회했다.

법원은 “전관예우나 연고주의 논란이 종식되는 계기가 되기 바란다”며 “향후에도 형사합의부 재판장과 연고 관계가 있는 변호인이 선임돼 재판의 공정성에 오해의 우려가 있다고 판단되는 사건은 재판예규를 적용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서울중앙지법이 지난달 20일 발표한 예규에 따르면 재판부 소속 법관과 선임된 변호사 간에 고교 동문·대학(원) 동기, 사법연수원(법학전문대학원) 동기, 같은 기관 근무 경력 등의 관계가 있을 때는 재판장이 사건 재배당을 요청할 수 있다.

김인선 기자 ind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