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뉴욕서 연일 한미동맹 강조하며 보수 '대변'
"보수정권 재창출 목숨바칠 각오…대권주자 아직 자격없다"

여당 대표 취임 이후 1년여만에 미국을 찾은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방미 기간 내내 국내 보수 진영을 대변하는 상징적 언행을 잇달아 쏟아내며 주목받고 있다.

김 대표의 이같은 행보를 놓고 보수 진영에서는 긍정적인 평가가, 진보 진영에서는 부정적인 평가가 이어지면서 김 대표는 정치적 득실을 떠나 국민의 시선을 끌어모으기에 충분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김 대표는 31일(한국시간) 뉴욕의 한 식당에서 뉴욕특파원과의 간담회를 열어 "보수 우파가 반드시 정권을 재창출해야 한다"면서 "보수우파가 정권을 재창출하는 데 목숨이라도 바칠 각오"라고 말했다.

오는 2017년 대선에서 보수정권 재창출의 주역이 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이런 발언과 행보는 김 대표가 이번 미국 방문을 계기로 '보수의 아이콘'을 자처함으로써 대권 레이스에 본격 시동을 거는 게 아니냐는 해석까지 낳았다.

미국 조야에 자신의 존재감을 알리는 것은 물론 일찌감치 국내 여권 지지층을 선점하려는 포석일 수 있다는 해석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김 대표가 여권 대선주자 지지율 1위를 계속 유지하고 있는 점은 이 같은 분석에 힘을 실었다.

그러나 김 대표는 간담회에서 대권에 뜻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아직 대권주자의 자격이 없다"면서 "대권이라는 것은 그 시점에 국민의 소망에 맞는 사람이 해야 한다"며 손사래를 쳤다.

방미 기간 내내 보수의 가치를 강조해온 자신의 행보가 대권을 겨냥한 것이라는 지적을 일단 일축한 셈이다.

그러나 "아직 자격이 없다"며 '아직'을 언급한 점에서 보듯 대권에 대한 뜻을 닫아놓지는 않았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김 대표는 방미 일정의 핵심인 워싱턴DC 방문 첫날부터 논란의 중심에 섰다.

지난 26일(한국시간) 연로한 한국전 참전용사들과 만난 자리에서 '큰 절'로 감사의 뜻을 표하자 예상대로 보수와 진보 양측에서는 엇갈린 평가가 나왔다.

그러나 김 대표는 일부 부정적 평가에 개의치 않고 다음날엔 '큰 절'을 두 번 올렸다.

알링턴 국립묘지에 있는 '낙동강 전투 영웅' 월턴 워커 장군의 묘소에 재배(再拜)를 한 것이다.

김 대표는 "어른에 예를 표하는 게 무슨 문제냐"고 반박했고, "내년에도 절을 하겠다"며 굽히지 않았다.

김 대표는 이승만 초대 대통령을 '국부(國父)'로 인정해야 한다는 소신을 알리는 데에도 역점을 뒀다.

중국의 덩샤오핑(鄧小平) 전 주석이 '건국의 아버지' 마오쩌둥(毛澤東)의 과오를 비판하면서도 공적에 더 무게를 둬 마오 초대 주석을 '국부'로 인정한 사례를 본받자고 했다.

또 이와 맞물려 진보좌파 진영에서 우리 현대사를 부정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진보좌파의 준동을 막도록" 다음 총선과 대선에서 새누리당에 힘을 실어달라고 거듭 호소하기도 했다.

당연히 야당과 진보 진영에서는 강력한 비판이 쏟아져 나왔지만, 보수층에서는 김 대표를 더욱 주목하는 분위기다.

김 대표는 또 미국 공화당의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 케빈 매카시 하원 원내대표, 낸시 펠로시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 대니얼 러셀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등 미 의회와 행정부 주요 인사들은 물론, 우리 동포들과 만나서도 한미 동맹의 중요성을 줄기차게 강조했다.

특히 28일 워싱턴특파원 간담회에서는 중국과의 관계를 비교해 "우리에게는 역시 중국보다는 미국"이라고 말해 다시 정치적 이슈가 됐다.

한미 동맹은 안보를 뛰어넘어 정치·경제·문화 등 모든 분야를 망라하는 포괄적 동반자 관계인 만큼 중국과 관계보다 한 차원 높은 외교 동맹이라는 점을 강조하려는 취지였지만, 야권에서는 곧바로 "친미 외교", "외교적으로 부적절 언사" 등 비난이 나왔다.

김 대표가 이번 미국 방문에서 '한국의 동북아 평화 촉매자론' 및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창의적 대안'으로 요약되는 자신의 외교·대북구상 일단을 드러낸 것도 향후 정치적 거취와 관련해 주목할 대목이다.

김 대표는 다음 달 1일 로스앤젤레스로 이동해 이틀간 머물며 동포들과 간담회 등을 하고 귀국할 예정이다.

(뉴욕연합뉴스) 이승우 기자 lesli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