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건설회사들이 2013년 개발사업 진행을 중단한 파주 운정신도시 내 중심상업용지가 풀밭으로 변해 버렸다. 이해성 기자
대형 건설회사들이 2013년 개발사업 진행을 중단한 파주 운정신도시 내 중심상업용지가 풀밭으로 변해 버렸다. 이해성 기자
경기 파주시 와동동 운정역(경의선) 앞에는 넓은 나대지가 펼쳐져 있다. 운정신도시 1·2지구 중심상업용지다. 대기업 컨소시엄이 사려다 포기한 뒤 수년째 방치돼 있는 땅이다. 나대지 뒤편으로는 해약 사태에 휘말렸던 또 다른 중심상업용지가 자리하고 있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내달부터 이들 용지에 대한 매각에 다시 나선다. 업무용지도 처음 내놓는다. LH 파주사업본부 관계자는 “부동산 경기가 되살아났다고 판단해 운정신도시 활성화 작업을 다시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운정 중심상업용지 재매각

파주 운정신도시 '구름' 걷히나…LH, 중심상업지 재매각 추진
LH는 운정역 앞 중심상업용지(F1블록) 중 가장 규모가 큰 3개 필지(10만2110㎡)에 대한 수요조사를 하고 있다. 오는 9월 3개 필지를 묶어 팔기 전 가치를 재산정하기 위해서다. 이 땅은 우여곡절이 많았다. 운정신도시 개발 초기인 2007년 NH농협은행, 사학연금관리공단, SK·롯데·한화건설, 이랜드, 아이에스동서 등이 컨소시엄(유니언아크개발)을 구성해 813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아파트 상가 등이 어우러진 복합단지를 형성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2008년 금융위기 후 부동산 경기가 얼어붙으면서 사업이 멈췄다. 이후 5년을 끌다 2013년 계약이 해지됐다. LH는 연내 이 땅에 대한 일괄매각이 성사되지 않을 경우 쪼개 팔 예정이다.

3개 필지 뒤편으로 펼쳐진 총 41개 중소형 상업용지 중 21개 필지(총 2만990㎡)는 필지별로 33억~101억원에 내달 입찰에 부쳐진다. 토지수익연계채권(안 팔린 땅을 기초자산으로 발행해 확정수익을 보장하는 구조화채권)으로 묶여 그동안 처분이 어려웠던 땅이다. LH는 지금이 매각 적기라고 판단하고 있다. 21개 필지는 건폐율 70%, 용적률 500~600%로 일부는 10층 이하 제한이 걸려 있다.

이미 팔린 4개 필지 위에 드문드문 들어선 건물엔 나이트·유흥주점 등의 임대 광고가 눈에 띄었다. 분양 중인 H빌딩 관계자는 “상업용지 매수 상담 문의가 많이 늘었다”고 말했다. 역시 계약이 해지됐던 나머지 16개 상업용지도 추후 매각할 계획이다. 업무시설용지는 내달 운정신도시에서 처음으로 나온다. LH는 올 연말 개통 예정인 경의선 야당역(운정역과 탄현역 사이) 인근 16개 필지(총 2만5747㎡)를 필지별로 27억~89억원에 입찰에 부칠 예정이다. 업무시설용지에는 대체로 오피스텔 등이 들어온다.

◆푸르지오·힐스테이트 첫선

브랜드 아파트도 분양이 잇따를 예정이다. 대우건설이 A25블록에서 ‘푸르지오’ 1956가구를 오는 10월 선보일 계획이다. 선호도가 높은 중소형(전용 74㎡·84㎡)으로 구성됐다. 바로 위 A24블록에서는 현대건설이 ‘힐스테이트’ 3037가구를 오는 12월 공급한다. A24·25블록은 올해 착공한 운정3지구와 바로 붙어 있다. LH는 두 아파트 분양 실적 등을 지켜본 뒤 인접한 운정3지구 아파트 용지 2~3개를 상업용지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미분양 물량은 조금씩 해소되는 분위기다. 운정1·2지구 계획인구 12만명 가운데 이달까지 8만여명이 입주를 마쳤다. 녹지가 많고 도로도 넓은 편이라 롯데캐슬 등 주민들이 선호하는 일부 아파트는 매물이 많지 않다. 아파트 가격은 정체 상태다.

파주시 중심 지역인 와동동 아파트 3.3㎡당 평균 가격은 805만원으로 2년 전에 비해 5.6% 오르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경기도 전체 평균 상승률(8.9%)을 밑돈다. 상업·생산시설이 드물어 ‘베드타운’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운정신도시 활성화를 위해 획기적인 교통 개선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2026년께 개통 예정인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노선 유치가 대표적이다. 현재 삼성역에서 일산 킨텍스역까지 예정된 GTX-A 노선을 운정신도시까지 연장하기 위해 파주시가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노선 연장에 대해) 정식 검토를 진행한 바 없다”고 말했다.

김시곤 서울과학기술대 철도전문대학원장은 “운정신도시는 수도권 서북부 최대 택지지구”라며 “정부가 교통 해결책을 찾아줘야 한다”고 말했다. 운정신도시 전체 면적은 1715만㎡로 분당신도시에 조금 못 미친다. 이곳을 지나는 대중교통 수단은 버스 외에는 현재 운정역 하나뿐이다.

파주=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