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협상 타결 이후 첫 공개 연설…자국 협상팀 지지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는 최근 타결된 핵협상에서 자국 협상팀의 노력을 치하하면서도 미국에 대해서는 여전히 불편한 감정을 드러냈다.

18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 등 외신에 따르면 하메네이는 이란 테헤란의 모살라(이맘 호메이니 기념 모스크)에서 라마단(이슬람 금식 성월) 종료 기념 연설을 통해 "오만한" 미국과의 관계가 핵협상으로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 핵협상의 배후 조종자로 알려진 하메네이가 지난 14일 핵협상 타결 이후 공개 발언을 내놓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하메네이는 이란 국영 방송이 생중계한 연설에서 협상 하나가 타결됐다고 해서 최대 적인 미국과의 관계가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미국과 (이스라엘을 포함한) 우방들의 정책은 우리와 180도 다르다"고 강조했다.

그가 "미국에 죽음을", "이스라엘에 죽음을"이란 구호가 이란 전역에 여전히 울려 퍼지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자 연설을 듣던 군중도 같은 구호를 외치며 화답했다.

하메네이는 이어 같은 이슬람 시아파 정권인 시리아 및 이라크 정부는 물론 예멘과 바레인에서 억압받는 국민, 팔레스타인 주민들에 대한 지지는 핵협상에도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주요 6개국(유엔 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독일)과의 핵협상 타결 이후 법제화가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며 협상안을 면밀하게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핵협상 타결을 이끈 하산 로하니 대통령과 자국 협상팀에 대해서는 "어려운 일을 해냈다"며 "협상안의 승인 여부에 관계없이 제 역할을 한 그들은 보상을 받아야 한다"며 지지의 뜻을 나타냈다.

하메네이의 이날 발언은 핵협상 타결에 반대하는 보수파들을 달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26년째 이란 최고지도자로 군림한 하메네이는 핵 프로그램을 비롯한 외교·국방 등 주요 현안에서 최종적 의사결정권을 행사해 온 실질적 국정 최고 책임자이다.

이번 핵협상 타결 과정에서도 하메네이가 막후에서 협상을 좌지우지하면서 '숨은 결정권자'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현재 이란 의회는 타결된 핵협상 합의안을 두고 검토에 들어간 상태다.

.
이란 의회는 핵협상 타결 시한이 임박한 지난달 21일 '이란 핵주권과 성과 보호에 관한 법률'을 제정했다.

이 법은 이란 의회의 핵협상 타결안 승인권을 포기하는 대신 ▲핵협상 타결안 발효 즉시 대(對)이란 제재 해제 ▲군사시설·과학자 사찰 금지 ▲이란의 핵기술 연구·개발(R&D) 제한 금지 등을 주요 내용으로 담고 있다.

타결안에 대한 최종 승인권은 이란 최고지도자 직속기구인 최고국가안보회의(SNSC)에 있지만 이란 의회가 핵협상에 비판적인 보수파가 장악한 터라 이들 3대 원칙에 협상안이 어긋나는지를 놓고 의회와 정부 간 치열한 공방이 펼쳐질 가능성이 크다.

(서울연합뉴스) 김남권 기자 kong7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