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미 국무부 부차관보 "누가 대통령 될지 불확실성 때문에 공화당도 지지 가능성"

이란 핵 타결안의 생존에 최대 관문이 미국 의회라는 전망이 주류를 이루고 있으나, 내년 미국 대통령 선거 때문에 타결안이 의외로 초당적 지지를 받아 안정적으로 의회 심의를 통과할 것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내년 대선에서 공화, 민주 어느 당이 백악관을 차지할지 현재 불확실한 상황이다.

어느 당의 후보가 대통령이 되든, 이번에 합의된 협상안마저 불발될 때 새 대통령은 취임 때쯤이면 핵개발이 더 급진전돼 있을 이란과 전쟁을 하느냐 마느냐의 외통수에 내몰릴 공산이 크다는 게 핵심 논리다.

이번 타결안을 깬 논리대로라면, 핵무장을 했거나 직전단계인 이란에 군사공격에 나설 수밖에 없는데, 미국내 여론과 이번 협상 타결에 참여한 다른 유엔 안보리 4개 상임이사국과 독일은 이에 반대할 것이 뻔한 상황에 갇히게 된다는 것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 15일 가진 이란 핵타결 기자회견에서 되풀이한 논점도 '이것 아니면 전쟁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그는 모두 발언에서 "협상 타결이 없으면 중동에서 더 많은 전쟁의 위험을 무릅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의회의 반대로 거부권을 행사해야 하는 상황이 오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이란 핵문제는 "협상을 통해 외교적으로 해결되느냐 힘을 통해, 즉 전쟁을 통해 해결되느냐" 두 선택지가 있다는 말로 거부권 상황 자체를 생각하지 않는다는 태도를 보였다.

오바마 대통령의 `전쟁이 유일 대안'이라는 논리는 타결안에 대한 의회 심의를 앞두고 미국 여론을 설득하기 위해 '평화냐 전쟁'이냐의 프레임 구축을 시도한 것이다.

동시에 제동이 걸리지 않는 이란 핵문제와 관련해 미국의 어느 대통령이든 피할 수 없는 전쟁 선택의 악몽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미국의 찬반 진영은 이번 타결안이 중동정세의 판을 전반적으로 새로 짜는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는 데 의견이 일치하지만, 변화의 방향 전망은 정반대다.

찬성론은 이란 핵개발의 위협을 제거하거나 완화하고, 이란을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 복귀시키며,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인 이슬람국가(IS)를 비롯한 테러리즘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됨으로써 중동에 지금보다 많은 평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반대론은 이란이 엄혹한 제재 속에서도 최근 이란혁명수비대를 앞세워 중동에서 영향력 확대에 나선 터에 제재마저 풀리면 이슬람 시아파 페르시아 제국의 꿈을 실현시키는 데 더욱 공격적인 행태를 취해 수니파 맹주인 사우디 아라비아와의 '냉전'이 더욱 격화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또 이란의 핵무기 개발을 위한 기반작업은 그것대로 진행돼 사우디도 핵개발의 유혹에 넘어가게 되는 등 중동정세가 더욱 불안해질 것이라고 예상한다.

한마디로 수십 년간 호리병에 갇혀 있던 '지니'를 풀어주는 꼴이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수잔 노셀 전 미 국무부 국제기구담당 부차관보는 16일(현지시간) 포린 폴리시 기고에서 "반대론자들의 초기 정치적 수사가 걷히고 나면 공화당과 민주당이 힘을 합쳐 타결안을 비교적 안정적인 표차로 통과시키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공화당도 자신들이 2017년 1월 백악관의 주인이 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할 때"라며 공화당이 대통령이 됐는데 이란이 합의를 지키지 않고 있다면 기존 제재를 다시 가동하거나 군사력을 사용하는 것에 대해 국제사회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예상 시나리오의 한 가지를 설명했다.

현실적으론 이란이 합의 준수와 파기의 중간에서 애매하게 행동하는 상황이 예상되는데, 그때도 공화당 대통령은 1990년대 이라크에 대해 시행한 것과 같이 유엔 감시관의 사찰, 보고, 결의채택 등을 통해 이란의 핵개발 속도를 늦출 수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 가운데 회의론자들도 개인적 견해와 무관하게 민주당 대통령을 성공한 대통령으로 만들고 민주당 대통령 후보를 지원하며, 공화당 후보를 견제해야 하는 과제가 있다.

또 이란의 핵합의 준수를 감시할 의지에 대해 차라리 공화당 대통령을 믿을지언정 오바마 대통령은 못 믿겠다는 민주당내 오바마 회의론자들도 타결안의 이행시기가 새 대통령 취임 후라는 점에서 극력 반대할 이유가 없다.

이런 이유들로 인해 앞으로 대선 때까지 공화당과 민주당간 의견 차이가 있는 이슈들에 대해 "견고한 초당적 다수가 등장하는 의외의" 상황이 전개될 것이라고 노셀 전 부차관보는 전망했다.

그는 미국의 '정의론' 철학자 존 롤스의 '무지의 베일' 개념을 활용해 2016년 대통령선거를 포함한 총선거를 앞두고 누가 행정부와 의회를 장악할지 모르는 불확실성 때문에 정책결정 과정에서 이러한 초당적 기조가 형성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인구의 50%가 노예인 미래 사회의 구조를 설계하라는 과제를 주되 설계자 본인이 노예에 속할지 아닐지 전혀 알 수 없도록 본인의 신분, 재산, 학력 등에 관한 정보를 주지 않으면 개인의 이익을 앞세우기보다는 합리적, 도덕적 선택을 하게 된다는 게 '무지의 베일'론이다.

그는 대통령에 대한 무역협상촉진권(TPA) 부여, 6천120억 달러 규모의 국방수권법안, 미국자유법안, 이란 핵합의안에 대한 의회 심의법안 등과 같이 평소 같으면 공화, 민주 양당간 큰 논란거리였을 법안들이 최근 수월하게 처리된 사례를 들어 "타협의 패턴"이 이미 만들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의 전망이 맞아떨어지면, 이란 핵협상의 타결이 그동안 여러 차례 연기되며 시간을 끌다가 오바마 대통령의 임기 말에 성사된 게 타결안의 의회 통과에 도움이 되는 결과가 되는 셈이다.

(서울연합뉴스) 윤동영 기자 yd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