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츠하이머병 예방 도움, 천연의 수면제, 암세포 파괴, 혈압 조절, 당뇨로 인한 눈과 혈관의 손상 범위 감소, 통풍, 통풍성 관절염, 근육경련 예방, 하지정맥류 예방.”

소금 가공제품을 판매한 이모씨가 소금 효능이라며 자신의 회사 홈페이지에 올려놨던 글의 일부다. 보통 사람이 갖고 있는 상식과 달리 소금이 여러 병에 뛰어난 효능이 있다는 내용이다. 이씨는 외국의 한 의학박사가 쓴 책에 나온 내용이라며 이를 인용한 뒤 회사 홈페이지와 연결된 온라인 쇼핑몰에서 빛소금(고온 정제소금)을 팔았다. 이씨는 2012~2013년 빛소금을 팔아 1700여만원의 매출을 올렸고 검찰은 그를 허위·과대광고 혐의로 기소했다. 그런데 이씨는 1, 2심에서 유죄를 받았으나 대법원은 무죄 취지로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대법원 1부(주심 김소영 대법관)는 식품위생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벌금 15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서부지방법원 합의부로 돌려보냈다고 17일 발표했다.

재판부는 “관련 법은 특정 식품이 질병의 예방·치료에 효과가 있는 의약품이라고 광고하는 걸 금지했지만 식품의 약리적 효능에 대한 광고를 전부 금지한 건 아니다”며 “이 사건의 글은 소금의 식품영양학적·생리학적 기능이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취지”라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원심에는 이런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지적했다. 박금낭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는 “식품의 약리적 효과에 대한 연구 결과를 인정해야 한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법원이 식품 효능에 대한 과장광고에 너무 관대한 판결을 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한 변호사는 “특정 자연식품이 만병통치약에 버금가는 효능이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들의 주장을 인용하며 식품을 팔아도 무죄라는 건지 의문”이라며 “주로 고령자가 이런 광고에 속는데, 피해자가 젊은 사람에 비해 냉정한 판단을 하기 어렵다는 점을 간과했다”고 말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