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26일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 내에 있는 ‘창조공방’을 방문해 열쇠고리 인형을 들고 김범수 다음카카오 의장(맨 왼쪽), 센터 관계자 등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근혜 대통령이 26일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 내에 있는 ‘창조공방’을 방문해 열쇠고리 인형을 들고 김범수 다음카카오 의장(맨 왼쪽), 센터 관계자 등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 로스앤젤레스(LA)의 산타모니카 해변이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허브로 부상하고 있다. 유튜브, 넷플릭스 등 37만여 정보기술(IT) 업체들이 둥지를 틀면서 ‘실리콘비치’로 불리고 있다. 실리콘밸리에 비해 임대료가 저렴한 데다 할리우드와 인접해 정보기술(IT)과 엔터테인먼트산업 간 협업이 원활한 게 최대 장점이다.

정부는 26일 개관한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를 통해 제주도를 한국의 실리콘비치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제주도는 다음카카오 등 IT업체가 자리 잡고 있는 데다 최근 문화·예술계 인재들이 모여들고 있어 문화-IT 융합 최적지라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창업허브 조성하고 판로 개척

O2O 기술 품은 '스마트 제주'…관광·예술·IT 융합허브 된다
전국적으로 13번째 출범한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는 △창업 허브 조성 △비콘(근거리 무선통신 장치) 기반 스마트 관광 플랫폼 구축 △K뷰티 연계 콘텐츠 개발 △스마트그리드로 ‘에너지 자립섬’ 구축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정부와 다음카카오 등은 969억원의 창업펀드를 조성하는 등 총 1569억원을 지원한다.

다음카카오는 IT 기술과 노하우, 네트워크 등을 활용해 스타트업 육성 허브를 구축할 계획이다. 창업 희망자에게 체류·작업공간을 제공하는 ‘체류지원존’과 콘텐츠 제작 공간인 창조공방을 운영한다.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을 통해 창업자금 조달도 지원한다.

웹툰, 공예품, 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 등 융합 콘텐츠 제작도구를 제공하고 판로 개척도 돕기로 했다. 특히 스타트업이 해외로 뻗어나갈 수 있도록 동남아시아 창업 허브와의 교류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 이 프로그램에는 중국 텐센트와 일본 글로벌브레인, 인도네시아의 후붓 등이 참여한다.

전정환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장은 “최근 제주에 ‘문화 이민자’들이 늘어나는 추세”라며 “이들의 창의력을 바탕으로 생산된 창작물과 소프트웨어를 결합한 창업을 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 전역 비콘 설치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는 오프라인 관광 자원을 온라인으로 구현해 관광산업을 한 단계 도약시키는 마중물 역할도 하게 된다. 다음카카오는 제주도와 함께 비콘을 제주도 전역에 설치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내·외국인 관광객에게 관광지 정보, 길 안내, 쇼핑 정보 등을 스마트폰으로 제공하게 된다.

비콘을 활용한 사업 아이디어를 누구나 창업화할 수 있도록 개방형 플랫폼도 갖추기로 했다. 비콘 플랫폼은 제주국제공항과 중문관광단지, 동문시장 등에서 시범사업을 실시한 후 제주 전역으로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제주도의 문화와 IT 프로그램을 연계하는 ‘창조 페스티벌’도 연다. 미국 텍사스 오스틴에서 매년 열리는 창조 페스티벌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SXSW)’를 벤치마킹한 것. 전 센터장은 “제주 프린지 페스티벌 등 문화행사와 스타트업 행사를 연계해 대형 창조 페스티벌로 키워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에너지 자립섬’ 구축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는 제주도를 에너지 자립섬으로 만드는 데도 앞장설 계획이다. 제주도는 2030년까지 친환경 발전 및 전기차 100% 전환을 목표로 하는 ‘탄소 제로’ 계획을 세우고 스마트그리드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스마트그리드는 전력망에 IT를 접목해 에너지 효율을 최적화하는 지능형 전력망이다.

정부는 풍력발전 한계용량 확대를 위한 에너지 저장장치(ESS), 전기차 급속충전 인프라 등을 충남창조경제혁신센터와 연계해 구축한다는 복안이다.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는 IT 기반의 스마트그리드 통합운영관리 시스템 구축을 맡았다. 수백개의 신재생 발전소와 전기차 급속충전 인프라의 실시간 통합 관리를 위해서다.

박병종 기자 dda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