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생산성 증가율 2배 올라" vs "노동자 최저생계비도 못 미쳐"

'노조 동의 없는 임금피크제' 도입 논란에 이어 내년 최저임금을 둘러싼 노사 간 갈등이 커지고 있다.

재계는 최근 수년간 최저임금 인상률이 생산성 증가율의 2배에 가까워 중소기업 인건비 부담이 너무 커졌다며 최저임금을 동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노동계는 미혼 노동자의 생계비에도 훨씬 못 미치는 최저임금을 대폭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양측의 주장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협상 기일인 이달 29일까지 타결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노동계의 '하투(夏鬪)'에 불을 붙일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 재계 "최저임금 인상, 생산성·물가 상승률 압도"
올해 최저임금은 지난해보다 7.1% 오른 시급 5천580원이다.

월급으로는 116만6천원(월 209시간 기준)이다.

재계는 내년 최저임금은 반드시 동결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그 이유로는 ▲ 생산성 증가율의 2배에 달하는 최저임금 인상 추이 ▲ 중소·영세기업의 과도한 인건비 부담 ▲ 지나친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대량해고 우려 등을 들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자료에 따르면 2001년부터 지난해까지 최저임금 상승률은 연평균 8.8%다.

연평균 4.8%인 노동생산성(국민경제생산성) 증가율의 2배, 2.9%인 소비자물가상승률의 3배에 달하는 수치다.

경총 관계자는 "생산성 향상이나 물가 상승률을 훨씬 뛰어넘는 임금 상승은 결국 기업 경쟁력의 급속한 저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우리나라의 최저임금 수준을 OECD 회원국 25개국 중 17위라고 발표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는 지적도 했다.

최저임금 수준이 높은 프랑스, 뉴질랜드 등은 대부분 상여금 등을 최저임금에 포함시키지만,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이러한 차이점 등을 감안하면 우리나라 최저임금 수준은 21개국 중 6위라고 주장했다.

중소·영세기업의 어려운 현실을 감안해야 한다는 주장도 폈다.

세계경제 침체, 엔저에 따른 수출 부진, 가계부채 급증 등으로 중소·영세기업의 경영난이 극에 달했는데, 최저임금마저 대폭 인상되면 파산하는 기업이 속출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대량해고 우려도 제기됐다.

아파트 경비원 등 최저임금을 적용받는 근로자들의 임금이 크게 오르면, 자동개폐문과 폐쇄회로(CC)TV를 활용해 경비원을 대체하는 아파트가 속출하는 등 저임금 노동자의 대량해고가 우려된다는 논리다.

김동국 경총 기획본부장은 "최저임금 적용 근로자의 87%가 30인 이하 영세기업이나 PC방, 편의점 등 자영업자들"이라며 "최저임금을 대폭 올리면 이들은 근로자를 해고하고 가족 종사자를 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노동계 "미혼 생계비도 못 미치는 최저임금 대폭 올려야"
노동계는 내년 최저임금을 시급 1만원, 월급 209만원으로 대폭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 주장의 근거로는 ▲ 최저생계비에 훨씬 못 미치는 최저임금 수준 ▲ 내수 활성화를 위한 인상 필요성 ▲ 해외 각 국의 대폭 인상 사례 등을 들었다.

민주노총 자료에 따르면 월급 116만6천원인 올해 최저임금은 미혼·단신 노동자 생계비(155만3천원)의 70%, 2인 가구 생계비(274만4천원)의 39%, 3인 가구 생계비(336만3천원)의 32%에 불과하다.

5인 이상 사업장의 시간당 임금 평균인 1만8천700원의 30%에도 못 미칠 정도로 턱없이 낮은 최저임금(시급 5천580원)을 대폭 올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송주현 민노총 정책국장은 "최저임금 노동자의 상당수가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가장인데, 3인 가구 생계비의 3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임금으로 어떻게 생계를 꾸릴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최저임금을 대폭 올리면 기업 경쟁력이 극도로 악화되고, 대량해고 사태가 벌어질 것이라는 주장도 어불성설이라고 반박했다.

경제부총리도 인정한 내수 활성화 효과를 부정한다는 지적이다.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올해 3월 한 강연에서 "적정 수준의 임금 인상이 일어나지 않고는 내수가 살아날 수 없다"며 "올해도 최저임금을 빠른 속도로 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경제 활성화 효과는 이미 외국에서도 인정, 최저임금 인상 러시가 일어나고 있다고 노동계는 주장했다.

미국의 경우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최저임금 인상을 강력하게 주장하면서 각 주와 시 정부를 중심으로 최저임금 인상 움직임이 활발하다.

로스앤젤레스, 시애틀, 시카고 등은 수년 내 최저임금을 15달러까지 올리겠다고 발표했다.

현재 미 연방 최저임금은 시간당 7.25달러다.

중국도 임금 인상을 통한 내수 활성화를 꾀하면서 최저임금을 2013년 17%, 지난해 14% 인상한 데 이어, 올해도 베이징, 톈진, 선전 등의 대도시를 중심으로 최저임금이 10% 이상 올랐다.

한국노총의 이정식 사무처장은 "세계에서 기업 경쟁력을 가장 중시하는 미국에서도 최저임금 인상 러시가 일어났다는 것은, 그만큼 최저임금의 경제 활성화 효과가 뛰어나다는 증거가 아니겠냐"고 반문했다.

◇ "임금피크제에 최저임금까지"…노동계 '夏鬪' 우려 커져
최저임금 인상안 의결 기한은 이달 29일이다.

하지만, 기한 내 협상이 타결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것이 고용부 안팎의 지배적인 전망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양측의 견해차가 워낙 커 협상은 험난한 과정을 거칠 것으로 전망된다"며 "29일 기한 내 타결은 고사하고 다음 달 초까지 타결될 가능성도 그리 크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협상이 난항을 겪을 경우 노동계의 하투가 격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이미 투쟁 일정이 구체화되고 있다.

민주노총은 27일 서울역 앞에서 조합원 2만여명이 참석하는 대규모 집회를 연다.

노동시장 구조개악 저지와 함께 최저임금 1만원 인상을 명분으로 내세웠다.

7월 초에는 한국노총이 총파업을 벌일 예정이다.

양대 노총의 연대도 본격화하고 있다.

두 노총의 주축인 제조·공공 부문은 다음 달 4일 서울광장과 서울역 앞 등에서 대규모 집회를 연다.

참가 인원은 수만명에 달할 전망이다.

민노총은 한노총의 총파업에 맞춰 연대 총파업마저 계획하고 있다.

노동계 관계자는 "'노조 동의 없는 임금피크제' 추진으로 노동계 내부는 이미 감정이 격화된 상태"라며 "기대가 컸던 최저임금 대폭 인상마저 쉽지 않다면 대규모 집회나 총파업으로 '압박'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안승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