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흥업소 여종업원까지 대동 최고 7천만원 '호화여행'
검찰, 증권사-펀드매니저 해외여행 대납 관행 단속 148명 적발

증권사 직원이 채권 매매 중개를 의뢰받는 대가로 펀드매니저의 호화 해외여행 비용을 대납하는 검은 공생관계가 검찰에 적발됐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1부(박찬호 부장검사)는 증권사 직원이 펀드매니저의 호화 해외여행 비용을 대납하는 관행을 단속한 결과 148명을 적발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수·증재 혐의로 옛 ING자산운용(현 맥쿼리투자신탁운용) 전 채권운용본부장 A(44)씨를 구속 기소하고 보험사 자산운용부장인 B(45)씨 등 19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16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B씨 등 증권사 직원 10명은 지난 2010년부터 4년 동안 채권 매매 중개를 의뢰받는 대가로 펀드매니저 A씨 등 10명의 해외여행 비용을 대납해 1인당 최대 7천만원을 주고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조사 결과 증권사 직원들은 채권 거래 관계가 있는 펀드매니저들에게 수년간 고액의 여행경비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검은 공생 고리를 유지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증권사 직원은 펀드매니저로부터 채권 매매를 의뢰받아 중개하는데, 실적이 좋으면 기본급보다 훨씬 많은 수억원의 성과급을 받게 돼 해외여행으로 펀드매니저를 관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증권사 채권중개팀은 회사에 35명이 참석하는 제주도 세미나를 개최하겠다고 서류를 만들어 3천만원을 타내고, 펀드매니저의 고액 해외여행 경비를 대납했다.

펀드매니저들은 이런 식으로 가족이나 애인, 심지어는 유흥업소 여종업원들을 동반해 한 사람당 최대 7천만원에 달하는 해외여행을 다녀온 것으로 조사됐다.

이러한 검은 공생 관계는 A씨가 해외여행을 대가로 일부 증권사 직원들과 짜고 '채권 파킹 거래'를 일삼다가 적발되면서 드러나게 됐다.

채권 파킹 거래란 채권을 매수한 기관이 장부에 곧바로 기록하지 않고 잠시 다른 증권사에 맡기고 일정 시간이 지나 결제하는 거래 방식이다.

금리가 내리면 기관과 중개인이 모두 추가 수익을 올리지만 금리가 오르면 손실이 커질 수 있는 불건전 영업행위다.

A씨는 2013년 5∼11월 B씨 등 증권사들 채권중개인과 짜고 4천600억원 상당의 채권을 거래해 투자일임재산을 부적절하게 운용했다가 적발됐다.

A씨는 금리가 내려갈 것으로 예상하고 옛 ING자산운용과 증권사들이 모두 추가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채권 파킹 거래를 시도했지만 시장은 예상과는 다르게 움직였다.

채권 파킹 기간에 채권금리가 급등해 증권사에 손실이 발생했고, A씨는 손실을 보전해주려고 보유하던 채권을 시장가격보다 싸게 증권사에 파는 방법 등으로 기관투자자에게 113억원 상당의 손실을 전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등으로 A씨를 기소한 뒤 해외여행을 보내주는 관행이 금융권 전반에 퍼져 있다고 보고 수사해 이러한 유착을 적발했다.

검찰은 이번에 적발된 이들 가운데 1천만원 이상을 주고받은 이들은 기소하고, 나머지는 금융감독원에 통보했다.

검찰 관계자는 "'그들만의 리그'처럼 폐쇄적으로 운영되던 장외 채권시장의 펀드매니저와 증권사 직원 사이의 검은 유착 고리를 적발한 첫 사례"라며 "고액 여행경비를 주고받는 관행을 엄벌한다는 메시지를 여의도 금융권에 던진 것"이라고 평가했다.

(서울연합뉴스) 이대희 기자 2vs2@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