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산한 명동거리 >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이 확산되면서 관광객들이 9일 서울 명동거리에서 마스크를 쓴 채 쇼핑하고 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 한산한 명동거리 >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이 확산되면서 관광객들이 9일 서울 명동거리에서 마스크를 쓴 채 쇼핑하고 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9일 서울 여의도성모병원 인근 시범아파트 상가. 음식점을 운영하는 정명오 씨(72)는 메르스의 영향이 없느냐는 질문을 하자마자 “나처럼 장사하는 여의도 서민들은 다 죽게 생겼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여의도성모병원에서 메르스 환자가 나왔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로 매상이 3분의 1로 줄었다”며 “당장 이달 가게세를 못낼 형편”이라고 했다. 같은 상가에서 브라운아이스라는 커피점을 운영 중인 남정석 씨(25)도 “메르스 이전에는 1주일에 커피 원두를 5봉지 정도 썼는데 지금은 3봉지도 못 쓴다”며 “궁여지책으로 오늘 아이스 아메리카노 가격을 500원 내렸지만 손님은 별로 없다”고 말했다.

[메르스 사태] "커피값 500원 내려도 손님 없어요"
메르스 확산으로 바닥 경기가 얼어붙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마저 줄어들면서 소규모 자영업자들은 직격탄을 맞았다. 서울 명동 화장품골목에서 중국어로 관광객을 유인하던 류모씨(30)는 “요우커(중국인 관광객)들로 붐벼 걷기조차 불편했던 거리가 요즘엔 한산해졌다”며 “가까이 다가오는 것도 싫어하는 손님이 많아 투명한 플라스틱 마스크를 쓴 채 상품을 소개하고 있다”고 말했다.

명동 롯데백화점 앞에서 음료수를 파는 박모씨(40)는 “메르스 확산 소식이 알려지기 전에는 지금보다 유동인구가 5배는 많았다”며 “매상이 평소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푸념했다. 메르스 환자가 나온 대형병원 인근 상가엔 인파가 거의 끊겼다. 삼성서울병원 인근 편의점 직원은 “삼각김밥 샌드위치 등 유통기간이 짧은 식품들이 예전보다 팔리지 않아 70% 가까이 폐기처분하고 있다”고 했다.

서울 대치동 등 강남 학원가도 한산했다. 학원들은 대부분 학부모들의 휴강 요구에 이번 주말까지 문을 닫기로 한 상태다. 대치동 학원가에서 주차대행을 하는 김모씨(56)는 “메르스가 번지기 이전에는 점심시간에 10대 이상 차량을 발레파킹했지만 지금은 3대 정도”라며 “일당도 8만원에서 2만원 정도로 크게 줄었다”고 했다. 학원가 주변에서 아이스크림 가게를 운영하는 신모씨(34)는 “아르바이트 학생이 메르스 때문에 출근하지 않아 직접 가게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도 미약한 내수회복세가 꺾이지 않을까 긴장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이날 발표한 ‘최근 경제동향(그린북)’을 통해 “지난달까지는 내수 회복세가 강화됐지만 메르스 사태로 불확실성이 확대됐다”고 진단했다.

김동현/박상용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