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만 100만원' … 서민 두 번 죽이는 임대 주택
“보증금 1억 원에 월세 100만 원…. 중산층을 위한 임대 아파트라고 해서 기대했는데 임대료 소식 듣고 실망했어요. 그냥 비싼 월셋집이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네요. 임대 아파트라고 부르기에도 민망할 지경이에요. 솔직히 중산층 주거 안정에 딱히 도움이 되진 않을 것 같아요.”(전세 계약 만료를 앞둔 30대 주부 김모 씨)

박근혜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 중인 기업형 임대주택 ‘뉴스테이(New Stay)’에 대한 반응이 시원치 않다. 뉴스테이는 정부가 부동산 시장 침체 속에서 주거비 부담이 커진 중산층을 위해 민간임대주택 공급을 확대하겠다며 지난 1월부터 추진 중인 임대주택 정책이다. ‘중산층’을 위한 8년 장기 임대주택이라는 점에서 ‘젊은층’을 위한 임대주택인 행복주택과는 차이를 보인다.

집값 하락에 대한 공포로 주거 안정을 도모하기 어려운 중산층의 임대주택 수요가 증가하고 주택에 대한 개념도 ‘투자’에서 ‘거주’로 변하고 있는 가운데 적절한 타이밍이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하지만 뉴스테이는 뚜껑을 제대로 열기도 전부터 삐거덕거리며 가시밭길을 걷고 있다. 어디서부터 꼬인 것일까.
'월세만 100만원' … 서민 두 번 죽이는 임대 주택
올해 5500여 가구 착공

정부는 5월 13일 서울시 영등포구 대림동(293가구)과 중구 신당동(729가구), 인천광역시 남구 도화동(2107가구), 수원시 권선구 권선동(2400가구)에 뉴스테이 총 5529가구를 올해 안에 착공해 2017년까지 준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4곳의 세부 계획을 살펴보면 가장 먼저 대림동 뉴스테이가 6월 공사를 시작한다. 29㎡ 76가구, 35㎡ 111가구, 37㎡ 104가구, 44㎡ 2가구 등 총 293가구로 구성된다. 임대료는 보증금 1000만 원에 월세 70만~110만 원 정도로 임대 의무 기간은 8년이다.

이어 권선동 뉴스테이가 오는 7월 착공될 예정이다. 59㎡ 158가구, 74㎡ 926가구, 85㎡ 1316가구로 구성되며 한화건설이 짓는다. 임대료는 보증금 3000만~6000만 원에 월세 70만~80만 원 선이다. 의무 임대 기간은 10년이다.

대림산업이 건설하는 인천 도화동 뉴스테이는 전용면적 59㎡ 548가구, 72㎡ 621가구, 84㎡ 938가구로 구성되며 임대 의무 기간은 8년이다. 임대료는 보증금 5000만~6500만 원에 월세 43만~55만 원 수준으로 9월 착공 후 입주자를 모집할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신당동 뉴스테이는 11월 착공한다. 반도건설·국민주택기금·하나은행·삼성생명 등이 출자해 설립한 리츠(부동산 투자회사)가 25㎡ 359가구, 31㎡ 330가구, 59㎡ 40가구를 공급한다. 임대료는 보증금 1000만~1억 원, 월세는 65만~100만 원 정도로 10년 임대 의무 기간이 끝난 후에도 분양하지 않고 계속 임대주택으로 유지할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역시 임대료다. 한국감정원 조사 결과만 봐도 주변 시세들과 비교해 결코 저렴하지 않다. 비슷하거나 오히려 비싸다. 여기에 아파트 관리비(10만~20만 원 정도)까지 포함하면 더욱 높아진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팀장은 “뉴스테이에 공적자금인 국민주택기금이 전체 사업비의 30%까지 투입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기대를 저버린 높은 임대료”라면서 “중산층의 평균 월소득이 290만 원 수준인데 이 중 3분의 1 이상에 해당하는 월세를 선뜻 부담할 수 있는 가구가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월세만 100만원' … 서민 두 번 죽이는 임대 주택
정부는 새 아파트라는 점과 2~3년 후 입주 시점에 달하면 주변 시세보다 낮은 수준의 임대료일 것이라고 말하지만 중산층들은 여전히 부담스러운 눈치다. 뉴스테이 정책 자체에 대한 부정적인 목소리도 곳곳에서 쏟아진다. 심지어 정부가 꼼수를 부렸다는 지적도 나왔다. 중견 설계사 사무소에 근무하는 원모(38) 과장은 “서민 임대주택도 턱없이 부족한데 뜬금없이 중산층을 위한 임대주택을 내놓은 것부터 이상했다”며 “재정은 부족한데 임대주택은 더 지어야 하고 민간 건설사에 넘기려니 임대료를 인상시켜 수익성을 높여줘야겠고 (임대료를) 높이고 보니 서민을 위한 임대주택과는 거리가 멀어져 ‘중산층’이라는 타이틀을 내건 게 아니겠느냐”고 지적했다.

인센티브로 민간 참여 유도

전문가들도 정부가 건설사 수익성 향상에 신경을 쓰다 보다 뉴스테이의 임대료가 다소 높게 측정된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대기업 브랜드 임대주택 출시로 중산층이 양질의 월세 주택에 거주할 수 있도록 임대차 시장 구조 변화(전세→월세)에 효과적으로 대응한다는 정부의 당초 계획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건설사들의 참여가 필수다. 하지만 대다수 건설사들은 선뜻 나서지 않고 눈치만 살피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주택 분양 시장이 모처럼 활기를 띠고 있는 가운데 굳이 초기 투자비용이 많이 투입되고 회수 기간도 긴 임대 사업에 참여할 이유가 없다는 게 이유였다. 특히 현재 임대차 시장은 전세 위주로 형성돼 있다. 월세 시장에 대한 시장 여건도 갖춰지지 않다 보니 일부 임대 수요가 있는 지역의 오피스텔 등 소형 주택을 제외하면 임대를 통한 운영 수익이 분양 수익 대비 현저하게 떨어지는 게 현실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건설사의 사업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택지·금융·세제 지원 등 각종 인센티브를 제시했다. 하지만 야당과 시민 단체들을 중심으로 민간 기업에 대한 특혜 논란이 일자 “아직 확정된 사안이 아니며 국회 법안 심사 과정에서 논의를 거쳐 결정될 것”이라며 한 발 물러섰다. 이렇다 할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며 우물쭈물하는 사이 건설사의 관심도 급속도로 식고 있다.

다시 사면초가에 몰린 박근혜 정부의 야심작 뉴스테이. 이런 일련의 상황 속에서 건설사들은 조용히 한곳에 시선을 모으고 있다. 바로 올해 착공되는 뉴스테이 4곳이다.

뉴스테이 사업 참여를 논의 중이라고 밝힌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억지로 등 떠밀며 내놓는 당근(각종 지원책)보다 중요한 것은 임대 사업 시장의 규모와 가능성”이라며 “일부 건설사들이 참여해 최근 가시화되고 있는 뉴스테이 선발대의 사업 성공 여부가 가늠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병화 기자 kbh@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국경제매거진 한경BUSINESS 1018호 제공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