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훈 기자 nicerpeter@hankyung.com
신경훈 기자 nicerpeter@hankyung.com
한국투자증권이 1일 통합 10주년을 맞았다. 10년 전 합병법인인 동원증권은 업계 7~8위권(총자산 기준)의 중형사였고, 피합병법인인 한국투자증권은 공적자금이 들어간 회사였다. 하지만 지금은 4년 연속 가장 많은 순이익을 내고 있는 증권사가 됐다. 증권가의 최장수 최고경영자(CEO)로 한국투자증권을 9년째 이끌고 있는 유상호 사장(55·사진)은 지난 26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새로운 도약을 위한 임직원들의 절박한 마음이 비약적인 성장세를 이끌었다”고 자평했다.

통합 당시 동원증권 부사장이었던 그는 “동원증권 출신, 한국투자증권 출신, 경력직이 공존하는 조직에서 철저히 성과 위주의 평가시스템을 정착시킨 것이 주효했다”며 “인수자인 동원증권 대신 피인수회사인 한국투자증권을 새 회사의 이름으로 선택한 것도 실질적 통합에 큰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유 사장은 올해도 업계 최고 실적을 내는 증권사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올 1분기 순이익(세전)은 1234억원으로 이미 작년 연간 순이익(2963억원)의 40% 이상을 달성했다. 그는 “현재 모든 사업본부가 목표를 초과 달성하고 있다”며 “기업공개(IPO) 건수에서 올해 1등 할 것이 확실시되고 주식매매중개(브로커리지), 구조화금융, 상품 등 전 분야가 순항 중”이라고 말했다. 추후 금리가 오르면 채권평가 손실이 늘어나 실적이 나빠지는 것 아니냐는 시장의 우려에 대해서는 그동안 채권을 보수적으로 운용해와 큰 타격이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용공여 한도 확대(자기자본의 200%)에 따라 인수금융 등 신규 수익사업도 추진하고 있다고 했다.

유 사장은 올해 최대 역점사업으로 자산관리를 들었다. 연 1%대 초저금리 시대인 만큼 보험사와 은행을 애용하던 거액 자산가들을 증권사로 끌어올 수 있다는 자신감에서다. 그는 “이미 단골 거래처가 있는 거액 자산가를 우리 증권사로 모셔오려면 향후 몇 년간 좋은 수익률을 보여주는 방법밖에 없다”며 “우리 실력을 실적으로 입증하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아무리 장이 좋아도 초고위험 상품은 팔지 않는 ‘중위험·중수익’ 전략을 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핀테크(금융+기술)가 활성화하면 소액 자산을 가진 고객들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영업 전략도 별도로 마련하기로 했다고 귀띔했다.

유 사장은 기자에게 추천 상품으로 월지급식 펀드를 권했다. 일본은 월지급식 펀드가 전체 공모펀드의 46%를 차지하고 있다. 그는 “고령화 시대에 인기를 모을 수밖에 없는 상품인 만큼 우리가 앞장서서 판매하려고 한다”며 “원금을 지키면서 매달 나오는 수익을 재투자할 수 있어 젊은 사람들에게도 유용한 상품”이라고 말했다.

올 하반기 투자 전략으로는 국내에선 배당과 공모주 관련 투자, 해외에선 유럽과 일본 투자를 추천했다. 중국은 단기간에 급등했기 때문에 당분간 보수적으로 대응하라고 조언했다.

유 사장은 “2020년에 아시아 대표 투자은행이 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해외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작년에 사무소를 연 인도네시아에서는 인수합병할 증권사를 찾고 있다. 중국에서는 자회사(베이징진우투자자문사)를 거점으로 한국 증시에서 인수합병이나 IPO를 원하는 중국 기업 및 국부펀드로부터 자금을 유치하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업계 최장수 CEO 유상호 사장(55)

- 1960년 출생
- 고려대 부속고등학교 졸업 (1978)
- 연세대 경영학과 졸업(1985)
-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경영학 석사(1988)
- 한일은행 (1985~1986)
- 대우증권(1988~1999) 리스크관리부장, 런던법인 부사장
- 메리츠증권(1999~2002) 상무, 전략사업본부장 겸 기획재경본부장
- 한국투자증권 (2002~현재) 부사장, 대표이사 사장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