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온실가스 감축목표, 국익이 우선이다
기후변화협약과 관련해 세계 모든 당사국은 2020년 이후 지구의 온도 상승 폭을 2도 이내로 안정화시키기 위한 ‘자발적 기여안(INDCs)’을 오는 10월1일까지 유엔에 제출해야 한다. 자발적 기여안 제출시기와 작성지침은 2013년 바르샤바 19차 당사국총회와 2014년 리마 20차 당사국총회에서 각각 결정됐다.

한국은 자발적 기여안을 마련하기 위해 국무조정실을 중심으로 공동작업반을 구성하고 온실가스 배출전망(BaU) 등 주요 내용을 준비 중이다. 자발적 기여안은 2020년 이후 신(新)기후체제 논의의 출발선이라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자발적 기여안은 신기후체제의 협상이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전개될지를 예상하면서 준비해야 한다. 또 작성지침에 해당하는 리마 당사국총회 결정문을 더욱 세밀하게 검토한 뒤 어떤 내용을 어느 수위로 채울 것인지 결정할 필요가 있다. 그 이유는 국내 이해당사자들이 리마 결정문에 대한 해석에 따라 상이한 방향 또는 결과를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데올로기적 해석 또는 명분론 측면에서 한국의 자발적 기여안은 지난 정부가 자발적으로 선언한 2020년 온실가스 배출전망 대비 30% 감축목표보다 후퇴할 수 없으며, 우리의 경제력을 고려해 전향적인 수준으로 감축기여량을 제시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국가 경쟁력 차원의 전략적 해석을 강조하는 측은 리마 결정문의 후퇴방지는 교토체제 대상인 선진국이 공약한 감축목표에 제한되는 것이므로 이명박 정부의 자발적 감축목표 선언과는 무관하며, 수출 지향적 제조업중심의 산업구조를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오는 7월 발간예정인 ‘에너지 폴리시 82호’ 인터넷판은 한국의 빠른 탄소배출 증가의 주요 요인은 수출이라 결론짓고 있다. 이는 한국 경제의 중심이 수출이며 이를 제조업이 뒷받침하고 있음을 대변하는 것이다.

이 같은 상반된 주장에는 국익에 대한 관점의 차이도 있다. 온실가스 감축에 과도할 정도로 적극적인 주장을 하는 측은 2009년의 온실가스 감축선언은 대통령의 약속인 만큼 국제사회에 신뢰성을 보여주는 것이 국익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한다. 반면 전략적 접근을 강조하는 측은 2009년의 감축목표는 자발적 선언이며, 한국은 교토체제 의무감축국이 아니기 때문에 국제적 신인도와 무관하다고 한다. 교토체제 의무감축국이었던 일본, 캐나다 등은 감축약속을 지키지 않았고 심지어 스스로 감축의무국을 포기했으며, 세계 2위 온실가스 배출국인 미국은 교토의정서에 대한 의회 비준조차 하지 않았다.

리마 결정문은 자발적 기여안을 다음과 같이 요구하고 있다. ‘각 당사국은 자발적 기여안을 스스로 결정하되 공정하고 야심적이어야 한다.’ 따라서 기후변화협약의 대원칙인 ‘공동의 차별적 의무’와 ‘각국의 역량’에 따라 지구온도 상승을 2도 이내로 억제하기 위한 안을 준비해야 한다. 신기후체제 협상 과정에서 각국의 자발적 기여안은 주기적으로 재평가되고, 매번 진전된 내용을 요구받을 것이므로 이번 자발적 기여안에 더욱 주목해야 한다.

자발적 기여안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온실가스 배출전망 시나리오, 원단위, 절대치 등 방식의 장단점을 논의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빈대떡 신사’와 같은 겉치레에 치우치지 않고 온실가스는 경제이슈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국익을 냉철하게 따져야 한다는 점이다. 무엇보다도 실제로 이행할 수 있는 감축기여량에 대한 분석, 이에 따른 이행비용, 우리 경제의 성장잠재력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방향 등에 대한 논의를 전제해야 한다. 우리가 경계해야 할 것은 온실가스 이슈를 환경문제로만 인식하는 것이다.

유동헌 <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dhyoo@keei.re.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