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심, 부도 날 것 알면서 발행한 회사채·CP만 사기 인정
피해자 항의·오열에 법정 혼란…피해자協 "면죄부 판결"


'동양 사태'로 1심에서 징역 12년을 받은 현재현(66) 전 동양그룹 회장이 항소심에서 징역 7년으로 감형됐다.

서울고법 형사4부(최재형 부장판사)는 22일 열린 현 전 회장의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이같이 선고했다.

재판부는 현 전 회장이 사기성 회사채 및 CP를 발행했지만, 부도가 날 것을 알면서 발행한 2013년 8월 중순 이후 부분에만 사기죄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앞서 1심은 현 전 회장이 그 해 2월22일부터 9월17일까지 사기성 회사채 및 CP 1조3천억원 어치를 발행·판매한 점을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또 1심은 현 전 회장이 회사를 살려 회사채 등을 상환할 의지가 없었다고 봤으나 재판부는 그가 추진한 구조조정이 성공할 수 있었다며 이 점도 달리 판단했다.

재판부는 그가 "기업인으로서 상상할 수 없는 범죄를 저질렀다"면서도 "부실 CP 발행으로 비자금 등 개인적 이익을 도모하지 않았다"고 감형 이유를 밝혔다.

앞서 검찰은 현 전 회장이 범행을 모두 부인하며 피해 회복 노력을 하지 않고 있다면서 징역 15년을 구형했다.

현 전 회장은 그룹 경영권 유지를 위해 동양증권을 통해 부실 계열사 CP·회사채를 개인 투자자 4만여 명에게 팔아 피해를 끼친 혐의로 지난해 1월 구속기소됐다.

그는 약 6천억원의 계열사 부당지원과 횡령·배임 혐의도 받았다.

또 주가를 조작해 수백억 원대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지난해 5월 추가 기소됐다.

현 전 회장의 1심 징역 12년은 2000년대 이후 기소된 재벌 회장 중에는 가장 높은 형량이었다.

현 전 회장과 함께 기소돼 1심 징역 5년을 받았던 정진석(57) 전 동양증권 사장은 이날 징역 2년6개월로 형량이 줄었다.

징역 3년6개월이었던 이상화(49) 전 동양인터내셔널 대표는 징역 3년·집행유예 4년을 받았다.

김철(39) 전 동양네트웍스 대표는 징역 4년형이 유지됐다.

이날 현 전 회장이 감형되자 방청석에서 동양사태 피해자 180여 명이 재판부에 부당하다고 소리를 지르는 등 강력히 항의하며 큰 혼란이 빚어졌다.

일부 피해자는 자리에 앉아 소리 내 오열하기도 했다.

선고 내내 눈을 감고 있던 현 전 회장은 재판이 끝나고 다시 호송됐다.

'동양피해자대책협의회'는 성명을 내고 법원이 고통 속 피해자보다 재벌총수에게 관대한 결정을 내렸다며 "동양증권에 면죄부를 주기 위한 판결"이라고 비판했다.

(서울연합뉴스) 방현덕 기자 bangh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