安·朴 토론회 동석…安, 계파갈등 소용돌이 피해 정책행보
"朴 만남에 설레서 잠을 못잤다", "安 부르면 언제든 달려온다"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전 대표가 문재인 대표의 혁신위원장 영입 제안을 뿌리친 바로 다음날인 21일 공교롭게도 박원순 서울시장과의 공동 토론회를 개최했다.

새정치연합이 4·29 재보선 패배의 내홍에 휩싸이며 뿌리부터 흔들리는 가운데, 차기 유력 대권주자 세 사람의 움직임이 하루 차이로 묘하게 맞물려서 당 안팎에서는 다양한 해석이 쏟아졌다.

일각에서는 안 전 대표가 혁신위원장직을 수락하며 문 대표와 함께 계파갈등 소용돌이의 한 가운데로 들어가는 대신, 박 시장과 손잡고 정책행보를 강화하려는 의도로 보고 있다.

특히 안 전 대표는 문 대표와는 대선 당시 후보단일화 과정에서 진통을 겪은 기억을 공유하고 있지만, 박 시장과는 2011년 서울시장 재보선에서 자신의 양보로 야권의 승리를 함께 이끈 인연도 있다.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공정성장 남북경협 토론회'는 안 전 대표의 연속 경제토론회의 일환이지만, 이런 미묘한 상황이 겹치면서 당안팎의 관심은 이들이 내홍 수습책과 관련해 어떤 의견을 내놓을지에 쏠렸다.

문 대표의 혁신위원장직 제안을 거절한 안 전 대표는 취재진과 만나 "제가 맞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적합한 인사를 찾으면) 뜻에 따르겠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안 전 의원이 고사하니 외부에서라도 빨리 선임해야 한다"면서 "계파나 이해관계를 떠나야 한다"고 조언했다.

축사를 위해 참석한 김한길 전 대표도 "혁신기구의 책임과 권한을 미리 정하고, 누가 맡을지는 그 다음"이라고 했다.

다만 안 전 대표는 김 전 대표가 축사에서 문 대표를 비난하자 "저랑 얘기된 것이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다.

이어 "저는 문 대표 당선 후에도 현충원도 함께 참배하고, 원탁회의 등에도 열심히 참여하고, 선거 지원도 계속했다.

당을 안정시키는 데에도 역할을 할 생각"이라며 "혁신위원장도 누가 적합할지 찾아보고 문 대표께 얘기하겠다.

박 시장 등 지자체장 들의 말도 경청해야 한다"고 했다.

본격적인 토론회에서는 안 전 대표와 박 시장은 당내 상황 등에 대한 언급은 삼가고 정책과 관련한 대화를 이어갔다.

안 전 대표는 자신이 전면에 내세운 공정성장론을 설명하면서 "현재의 산업구조의 문제점을 보완해야 한다.

국회에서 경험한 부분도 녹여 공정성장 담론을 만들고 있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이렇게만 하면 우리나라의 경제 위기를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북정책에 대해서도 안 전 대표는 "교류를 통해 관계를 풀어야 한다.

민간차원의 인도적 지원을 재개하거나 5·24 조치도 다시 대화할 수 있다"고 했다.

박 시장도 "저는 '바보야, 경제는 남북경협이야'라는 말을 드리고 싶다.

북방경제가 중요하며 봉쇄전략은 안된다"고 했다.

특히 양측은 서로를 극찬하면서 '띄우기'를 하는 모습도 두드러졌다.

박 시장은 "안 의원이 부르면 언제든 달려온다.

안 전 대표가 주장하면 서울시가 추진하겠다"고 했다.

이어 "안의원은 안철수연구소를 대기업으로 만들었다.

공정과 혁신경제의 큰 그림을 그릴 자격이 있는 분이며, 제가 늘 빚을 지고 있다"고 했다.

안 전 대표는 예전에 본인이 아름다운 가게에서 봉사활동을 했던 인연 등을 강조하면서 "혁신가로 현장을 경험한 시장님이어서 토론회를 청한 것"이라고 했다.

특히 안 전 대표는 "제일 존경하고 좋아하는 박 시장님과 자리가 만들어져, 잠을 못잘 정도로 설레었다.

노원구 20만명의 얘기를 듣기도 벅찬데 1천만 서울시민 얘기를 듣기는 어떨까"라고 했고, 박 시장도 "만남이 기대되서 잠을 (오히려) 잘잤다"고 맞장구를 치는 등 화기애애한 모습을 연출했다.

(서울연합뉴스) 임형섭 김동현 기자 hysup@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