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반포동 미도1차아파트 84㎡(이하 전용면적)는 지난달 9억원에 거래됐다. 지난 1월 8억5500만원에 팔린 것과 비교하면 3개월 만에 4500만원 뛰었다. 1986년 완공된 이 아파트는 재건축 연한을 40년에서 30년으로 단축하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시행령 개정안’이 이달 시행됨에 따라 내년 말부터 재건축을 추진할 수 있게 된다. 인근 서울공인 송모 대표는 “재건축 때 사업성이 좋은 편이어서 투자자 발길이 이어지며 올 들어 거래도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 재건축 시장이 부동산 규제 완화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올 들어 재건축 아파트값이 강세를 보이는 건 저금리와 부동산 경기회복 영향도 있지만 분양가 상한제 폐지와 초과이익 환수제 3년 추가 유예, 재건축 연한 단축, 도로사선제한 폐지 등의 효과도 상당하다는 분석이다.

규제 완화와 통합 재건축 효과

한강변을 낀 서초구 반포동 일대 재건축 아파트값 상승세가 가파르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3200여가구 통합 재건축을 추진 중인 반포동 반포경남·신반포3차·23차 실거래가는 올 들어 1억원 넘게 올랐다. 길 하나를 두고 마주한 ‘아크로 리버파크’(신반포1차 재건축)가 지난해 3.3㎡당 최고 5000만원에 달하는 높은 일반분양가에도 분양에 성공하면서 이들 단지도 아크로 리버파크와 비슷한 분양가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통합 재건축 때 극대화되는 한강 조망권과 교통 여건, 학군, 편의시설 등을 감안하면 인근 반포래미안퍼스티지·아크로리버파크와 함께 반포 지역 랜드마크 단지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건축물 높이를 인접한 도로 폭의 1.5배 이내로 규제하는 도로사선제한제도가 폐지되면서 층수 제한에 묶여 있던 대치동 은마아파트와 반포동 미도아파트 등도 재건축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지난 1월 8억7000만원에 거래된 은마 94㎡는 3월 도로사선제한 폐지를 담은 건축법 개정안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를 통과하면서 지난달 최고 9억원에 거래됐다. 은마아파트는 그동안 폭 15m의 단지 내 도로를 설계하면서 도로사선제한 규정 때문에 최고 37층밖에 지을 수 없었지만 규제가 폐지되면 최고 51층까지 신축할 수 있다.

일반분양 앞두고 매수세 유입

일반분양을 앞둔 강남권 재건축 단지는 3~4년 뒤 입주가 가능해 실수요자 중심으로 매수세가 붙고 있다고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들은 말했다. 올 연말께 일반분양 예정인 송파구 가락동 ‘가락시영’은 올 1분기에만 200여가구의 집주인이 바뀌었다. 올 3월 말까지 이주가 끝난 뒤에도 지난달 34건이 거래됐다. 올초 5억1000만원에 매매된 전용 40㎡는 최근 5억5000만원에 팔렸다. 서울 지하철 8호선 송파역까지 걸어서 5분 거리인 데다 지하철 9호선 3단계 구간(종합운동장역~보훈병원)도 2018년 개통을 앞두고 있어 실수요자 문의가 많다는 게 중개업소 설명이다.

1만여가구에 달하는 개포지구에서 재건축 사업속도가 가장 빨라 내년 일반분양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는 개포동 ‘주공2단지’ 집값이 강세다. 재건축 이후 새 아파트 84㎡를 분양받으면 1억7000만원가량을 되돌려받을 수 있는 주공2단지 전용 80㎡의 지난달 거래가는 12억원으로 올 들어 2000만원 올랐다. 이들 재건축 단지는 사업이 막바지 단계로 불확실성이 크지 않아 결혼을 앞둔 자녀 증여용 등으로 인기가 있다고 은행 프라이빗뱅킹(PB)센터 관계자들은 설명했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