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물살 타던 TPP협상 타결 불투명
지난달 말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미국 방문을 계기로 급물살을 탈 것으로 예상됐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 타결이 불투명해졌다. 협상 타결의 전제 조건으로 여겨지고 있는 미국의 ‘무역협상촉진권한(TPA)’ 법안이 미 의회 상원에서 제동이 걸렸기 때문이다. 지난달 미·일 정상회담을 전후로 TPP 협상이 곧 타결될 것이란 예상이 나왔지만 “이제 5월도 물 건너갔고 6월도 힘들어졌다”는 전망이 나온다.

내년 미국 대통령 선거 등을 감안할 때 오는 7월까지 TPA 법안이 처리되지 않으면 TPP가 무산될 수 있다는 비관적인 관측도 나온다.

◆미 상원에서 TPA 법안 제동

미 상원은 12일(현지시간) 대통령에게 TPA를 부여하는 법안을 본회의에 상정하기 위한 절차표결을 했지만 부결시켰다. 상원은 법안을 본회의에 상정하기 위해서는 전체 100명 가운데 60명 이상이 찬성해야 하는데 이날 찬성은 52표에 그쳤다. 공화당(54석) 대부분이 찬성한 반면 민주당에선 한 명을 제외하고 모두 반대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친정’인 민주당에서 반기를 든 것이다. TPP를 지지하는 공화당과 달리 민주당에서는 상당수가 “TPP가 되면 미국의 일자리를 빼앗기게 될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백악관은 그동안 “TPA 없이는 TPP 협상 타결이 불가능하다”며 민주당 의원들을 설득해 왔다. 일본 등 미국과 협상을 진행 중인 11개국은 협상 타결의 전제 조건으로 TPA를 요구하고 있다. 협상 타결 후 미 의회가 비준 과정에서 협상 내용을 수정할 수 있게 되면 협상 타결의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투표 결과에 대해 “절차상 혼란이 발생한 것이지 법안 자체가 부결된 건 아니다”고 말했다.

◆TPP 협상 타결 ‘산 넘어 산’

상원 절차표결이 부결된 직접적인 원인은 민주당이 TPA 외에도 △자유무역으로 피해를 본 제조업 등을 지원하는 무역조정지원제도 △개발도상국에 관세특혜를 부여하는 무역특혜법안 등 무역관련 법안 네 개를 동시에 상정하자고 요구하고, 공화당은 TPA만 우선 처리하자며 거부했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가 조율되면 다시 본회의에 상정될 수도 있다.

문제는 하원의 문턱을 넘기가 더 어렵다는 점이다. 정치권은 2016년 대선과 총선을 앞두고 TPP에 반대하는 노동계와 환경단체 등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2년마다 선거를 하는 하원은 공화당 내에서도 TPP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 TPP

Trans-Pacific Strategic Economic Partnership Agreement(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다자간 자유무역협정(FTA)이다. 미국 일본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 등 12개국이 올 상반기 내 타결을 목표로 막바지 협상을 벌이고 있다.

■ TPA

Trade Promotion Authority(무역협상촉진권한). 미국 의회가 대통령에게 위임하는 무역협상권한. 의회는 대통령이 체결한 협정에 대해 수정할 수 없고 승인 여부만 결정할 수 있다. 행정부가 의회의 눈치를 보지 않고 신속하게 협상을 벌일 수 있다.

워싱턴=장진모 특파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