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상품을 다룬 이완 씨의 영상설치작품 ‘메이드인 코리아’ 시리즈 10편 중 ‘짚신’.
한국 상품을 다룬 이완 씨의 영상설치작품 ‘메이드인 코리아’ 시리즈 10편 중 ‘짚신’.
1960~1970년대 한국의 대표 수출품이었던 가발을 지금 만들어 보면 어떨까. 예전의 그 가발을 재현하기 위해 작가는 직접 머리를 길렀다. 남대문 시장에 가서 가발 장인에게 기술을 배우고, 자신의 머리카락을 잘라 한 땀씩 바느질해 가발을 완성했다. 그 과정을 영상과 사진으로 기록하자 예전에는 고된 노동이었던 작업과정이 예술작품으로 거듭났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 313아트프로젝트에서 열리고 있는 이완 개인전에서는 이처럼 경제활동이 예술작품이 된다. 전시 제목은 ‘울고 간 새와 울러 올 새의 적막 사이에서’다. 이완은 2013년부터 작업한 ‘메이드인’ 연작으로 지난해 삼성미술관 리움의 아트스펙트럼 작가상을 받은 인물. 그는 이 연작에서 소비자였던 입장을 바꿔 제품 생산공정에 직접 참여한다.

‘메이드인 대만’을 만들 때는 식탁에 올라오는 설탕을 그대로 재현하려고 대만에 있는 사탕수수 농장에서 두 달간 일하고, 흙으로 설탕 종지를 빚어냈다. 그는 이 과정을 대만의 경제사에 관한 내레이션과 함께 보여준다. 설탕은 17세기부터 20세기 초까지 대만의 주요 수출품이었고 대만은 이를 바탕으로 경제를 일으켰다. 사회·경제적 맥락에서 설탕에는 단순한 감미료 이상의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이번 전시에는 한국 상품을 다룬 10편의 ‘메이드인 코리아’ 시리즈 중 2편이 나왔다. 짚신과 가발을 예전 방식 그대로 만들었다. 각각 한국의 전근대와 근현대 상품을 대표한다. ‘짚신’편에서는 한국민속촌에서 짚신 삼는 법을 알려주는 장인이 나온 영상을 가지고 과거 역사를 상품화해 판매하는 현재의 모습을 짚었다. ‘가발’편은 소규모 작업장이 들어찬 남대문시장을 보여주며 당시 경제구조와 노동환경 등에 대한 해설을 곁들였다. 산업화의 성과와 부작용을 현대적 관점에서 되돌아보게 한다.

관람객과 작가가 함께 참여하는 금융 관련 예술 프로젝트 ‘뱅크 오브 이완’도 진행한다. 관람객이 작가에게 2만원을 주면 ‘1완’이라는 가상의 화폐를 받게 된다. 2016년 상반기 중 작가의 수익활동을 통해 변한 가치만큼을 받아가게 된다. 다음달 20일까지.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