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연합뉴스) 박철홍 = 세월호 참사 1주년인 16일 전남 진도군 팽목항에서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이 사고해역에 헌화하기 위해 해경 경비정에 탑승해 출항하고 있다.
(진도=연합뉴스) 박철홍 = 세월호 참사 1주년인 16일 전남 진도군 팽목항에서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이 사고해역에 헌화하기 위해 해경 경비정에 탑승해 출항하고 있다.
안산·팽목항·인천 등 전국서 추모행사
안산서는 유족이 추모식 취소…당정 고위인사 조문 거부


잔인하고 참담했던 4월의 그날이 다시 돌아왔다.

1년이 지났어도 눈물은 마르지 않고 상처는 아물지 않았다.

별처럼 빛나던 아들과 딸을 떠나보낸 유족의 고통과 비탄은 여전히 끝이 보이지 않는다.

희생자의 넋을 기리고 유가족의 슬픔을 보듬는 추모행사가 세월호 참사 1년을 맞아 16일 전국적으로 열렸다.

◇ 전국 각지에서 다양한 추모 행사
아이들의 해맑았던 웃음소리가 아직도 생생하기만 한 경기도 안산시에서는 오전 10시부터 1분간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는 사이렌이 도시 전체에 울려 퍼졌다.

피해지역인 와동, 고잔1동, 서부3동 게양대에는 '하나의 작은 움직임이 큰 기적을'이라는 노란 깃발이 펄럭였다.

택시와 버스 2천800여 대는 노란 리본을 부착하고 운행하며 희생자의 넋을 기렸다.

단원고 학생 800여 명은 안산 정부합동분향소로 가 영정 속 친구들을 다시 만났다.

"잊지 않을게…" 되뇌며 입술을 꾹 깨물며 눈물을 참아보지만 흐르는 눈물은 멈추지 않았다.

부푼 마음으로 함께 수학여행길에 오른 아이들이지만 생과 사의 엇갈림 속에 1년이 지난 오늘 누군가는 영정 사진 속에서 밝게 웃고 누군가는 주저앉아 한참을 울었다.

진도 팽목항에서는 아이들의 꿈을 앗아간 세월호가 잠들어 있는 야속한 바다를 바라보며 추모식이 열렸다.

세월호 참사 진도군 범군민대책위원회 주최로 열린 추모식에는 이낙연 전남도지사와 이동진 진도군수, 이주영 전 해양수산부 장관, 자원봉사자, 종교인, 지역 주민 등 3천여명이 참석했다.

진도 국악고등학교 학생들의 추모공연과 함께 시작된 추모식에는 세월호의 지난 1년을 담은 영상이 상영됐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팽목항을 방문해 대국민 발표문을 통해 "이제 선체 인양을 진지하게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필요한 절차를 신속하게 진행해 가능한 빠른 시일 내 선체 인양에 나서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추모식 후에도 팽목항에는 추모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추모 리본이 하늘로 날아갈 듯 거센 바람이 휘몰아치는 궂은 날씨였지만 추모객 2만여 명은 팽목항을 찾아 추모의 글을 적은 노란 리본을 매달며 희생자의 넋을 위로했다.

세월호의 출항지였던 인천에서는 이날 오후 2시 연안부두 해양광장에서 일반인 희생자 1주기 추모식이 열렸다.

장종열 일반인 희생자 유가족대책위원회 위원장, 유정복 인천시장, 유일호 국토교통부 장관 등 유족과 시민 400여 명이 참석했다.

유족들은 짙은 안개 속에서도 왜 그렇게까지 무리하게 출항해야 했는지를 원망하며 비통에 잠겼다.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가족의 영정을 어루만지며 흘리는 유족의 눈물은 하늘에서 속절없이 내리는 빗방울만큼이나 멈출 줄 몰랐다.

세월호가 침몰하던 마지막 순간까지 배에 남아 학생들을 구조하다 유명을 달리한 고(故) 남윤철 교사가 잠들어 있는 청주 천주교 공원묘지에도 남교사의 제자 등 추모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침몰하는 세월호에서 승객 탈출을 돕다가 숨진 승무원 박지영(22·여)씨를 기리는 추모식도 시흥시 하상동 시흥고등학교 지영동산(학교 숲)에서 진행됐다.

◇ 일부 분향소 폐쇄와 추모식 취소…당정 고위인사 분향못해
그러나 1년이 지났어도 아픈 봄날의 기억은 여전히 가시지 않았다.

진도 팽목항에서는 추모식이 열렸지만 세월호 실종자·희생자 가족은 슬픔을 함께 나누지 못했다.

정부가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안을 폐기하고 실종자 수습을 위한 선체 인양을 공식 선언할 때까지 추모식을 무기한 연기하겠다며 현장을 떠났다.

박근혜 대통령도 이날 팽목항을 방문했지만 유가족들이 분향소를 임시 폐쇄하고 팽목항을 떠나는 바람에 분향을 못했고, 유가족들과의 만남도 불발됐다.

이날 오전 이완구 국무총리는 전격적으로 안산 합동분향소를 방문했으나 유족들의 항의에 끝내 조문을 하지 못하고 돌아갔다.

유족 20여명은 철저한 진상 규명과 온전한 선체 인양을 요구하며 이 총리의 조문을 거부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유승민 원내대표 등 새누리당 지도부도 이날 오후 합동분향소를 찾았지만 유족 항의로 조문하지 못하고 끝내 발길을 돌렸다.

4·16 가족협의회는 이날 오후 2시 안산 합동분향소에서 열릴 예정이던 세월호 참사 1주년 합동추모식을 취소했다.

가족들은 정부의 세월호 인양과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안 폐기 선언이 없으면 추모식을 연기하겠다는 입장을 수차례에 걸쳐 밝혔었다.

◇ 국민안전다짐대회 개최
이런 가운데 정부는 서울 강남구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제1회 국민안전의 날 국민안전다짐대회를 개최했다.

국민안전처 주최로 열린 이날 행사에는 박인용 안전처 장관과 안전처 직원, 도로교통단과 국방부 해양구조대 등 재난안전분야 종사자, 자치단체와 민간단체 관계자 등 1천여명이 참석했다.

세월호 참사 1주년에 열린 이날 행사에는 묵념시간에 '순국선열과 순직 소방·해경 공무원'에 더해 세월호 희생자가 언급됐을뿐 별도 추모순서는 없었다.

다짐대회 바깥 전시장에도 별도 추모 공간이 마련되지 않았다.

국민안전의 날은 지난해 박근혜 대통령의 세월호 후속대책 담화에 따라 제정됐고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 따라 세월호가 침몰한 4월 16일에 행사를 연다.

(전국종합=연합뉴스) iny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