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유전자산업] 국내 유전자 임상시험 17건뿐…10조원 세계시장 구경꾼 전락
지난해 11월 세계 최초의 유전자 치료제가 독일에서 허가를 받았다. 네덜란드 생명공학기업 유니큐어가 개발한 ‘글리베라’다. 이 약은 지방이 혈관을 막는 희귀질환인 ‘지단백지질분해효소결핍증(LPLD)’ 치료제다. 이 치료제를 한 번 복용하는 데 드는 비용은 110만유로(약 13억원).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선진국뿐 아니라 중국까지 유전자 치료제 시장 선점에 열을 올리는 것은 이 분야의 부가가치가 이처럼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은 유전자 치료제 분야에서 사실상 ‘후진국’으로 분류된다. 임상시험 건수만 봐도 그렇다. 임상시험은 실제 환자를 대상으로 효능과 안전성을 따져보는 과정이다. 기본적인 연구가 끝나고 상용화를 앞둔 연구가 얼마나 이뤄지고 있는지 가늠할 수 있는 지표다. 국제학술지 ‘더저널오브진메디슨’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유전자 치료제 임상시험 건수는 2015년 1월 현재 2142건에 이른다. 이 가운데 한국에서 진행 중인 임상시험은 단 17건이다. 2005년 4건에서 10년 사이 13건 늘어나는 데 그쳤다. 바이로메드(허혈성지체질환), 제넥신(자궁경부전암) 등이 주요 업체다. 국내 임상건수는 미국(1359건) 영국(206건) 독일(84건) 프랑스(51건) 등 선진국에 비해 크게 적다. 중국에도 뒤처져 있다. 중국에서 진행 중인 유전자 치료제 임상시험은 43건으로 한국보다 세 배 가까이 많다.

유전자 치료제가 주목받는 것은 지금까지 치료가 불가능하거나 어려운 질환을 치료할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다. 유전자 치료제 시장은 지난해 1억7300만달러 규모로 추정된다. 2017년에는 21% 늘어난 7억9400만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약 분야 후진국인 중국은 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중국 정부는 자국 업체가 개발한 두경부암 치료제 젠디신과 비인두암 치료제 온코린을 각각 2003년과 2005년 허가를 내줬다. 젠디신은 임상 3상 결과 없이 승인을 받았다.

바이로메드 관계자는 “미국은 지난해부터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유전자 치료제의 윤리 문제를 다루는 절차를 없앴지만 한국은 여전히 규제가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