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 외교 전문가들 실패 사례 잇따라 지적, 대체전술 필요

"실효성이 없는 전술을 언제까지 고수할 것인가.

"
미국이 내전 등의 위협에 시달리는 우방에 미군을 투입하는 대신 군사 훈련과 장비 지원을 핵심으로 하는 전술의 실효성을 놓고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기 시작했다.

군사 전문가들은 내전이나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같은 극단주의 세력의 위협에 시달려온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시리아, 예멘 등 이슬람권 국가에서 군사 훈련과 장비 제공을 통한 미국의 전술이 잇따라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비현실적인 이 전술에 대한 비판 여론과 함께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 등 미 언론이 10일 보도했다.

대표적인 실폐 사례가 예멘이다.

쿠데타 이후 파죽지세로 점령지를 넓혀온 시아파 후티 반군 세력과 알 카에다 아라비아반도지부(AQAP)의 공격 등으로 내전 상태인 예멘 사태와 관련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미 행정부는 이집트에 대한 군사 지원 재개와 사우디아라비아 주도의 아랍연합군에 대한 무기와 정보 지원을 강화하고 나섰다.

미국은 그러나 상황이 악화하더라도 고립된 미국 거류민 구출과 지상군 투입을 하지 않을 뜻임을 분명히 밝혔다.

사정은 조금 다르지만 아프간과 이라크에서도 큰 차이가 없다.

아프간에서 미국은 철군을 앞두고 지난 21개월 동안 아프간 군경에 대한 군사훈련을 강화해왔다.

이라크에서도 미군 군사고문관들은 IS에 연거푸 패전한 정부군 재건 작업에 여념이 없지만 효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시리아 온건파 반군 세력에 대한 군사훈련과 장비 제공 계획은 아직 시작조차 못한 실정이다.

정통성과 통제력이 약한 정부와 종파간 반목도 미국의 전술을 위험하게 하는 요인이다.

이는 아프간, 이라크, 시리아 등 세 국가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이에 따라 미국은 불안정한 우방의 군사력 발전보다는 해당국가의 군이 지닌 전투 능력 유지에 주력하는 상황이다.

미 육사 출신으로 신미국안보센터(CNAS) 대표를 지낸 존 네이글은 "미군은 전투에서 적을 제거하고 장애물 등을 파괴하고 싶어하지 우방에 대한 군사훈련과 장비 지원은 원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이라크와 아프간 정부군에 대한 부적합한 군사훈련은 "지난 15년 동안 미군이 저지른 가장 큰 단일 실패 사례"라고 꼬집었다.

네이글이 지적한 이런 고민은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이미 50년 전 리처드 닉슨 대통령은 "베트남화"(Vietnamization) 정책을 통해 미군을 베트남전에서 철수시키고 대신 남베트남군에 대한 군사훈련과 장비 제공 강화 등을 통해 전쟁을 수행하려고 했지만 참담한 실패만 맛보았다.

이런 일련의 실패를 만회할 새로운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만만찮다.

맥 손베리 하원 군사위원장은 미국의 군사훈련 지원을 받은 이라크와 말리 정부군의 실패는 국방부 차원의 "제도적 변화"를 요구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향후 미국 국가안보의 중요한 부분은 다른 국가 군대와의 협력 부분으로 이것이 실효를 거두려면 어떤 일을 우리가 배워야 할지 아니면 배우지 말아야 할지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리처드 아미타지 전 국무부 부장관은 외국군에게 전투기술을 전수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지적하면서, 정작 중요한 것은 "국민이 자신들의 목숨을 버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 정부를 수립하는 일"이라고 단언했다.

아미티지는 이어 "그런 정부가 들어서지 않으면 당연히 국민은 목숨을 바칠 각오를 하지 않을 것이고 당연히 모든 군사훈련은 무용지물이나 마찬가지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김선한 기자 sh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