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사익은 나쁘다? 개인의 이익추구가 세상을 아름답게 만든다
개인의 이익 또는 사사로운 이익을 의미하는 ‘사익(私益)’이란 단어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은 그리 긍정적이지 않다. 여기에 ‘추구’란 단어가 붙으면 더 부정적인 이미지로 받아들여진다. 사익을 추구한다고 하면 사악한 이기주의나 남을 배려하지 않는 탐욕, 돈에만 집착하는 구두쇠 등을 떠올리기 십상이다. 사익과 한 쌍처럼 쓰이는 공익(공익)과 나란히 놓이면 더 단순해진다. ‘공익은 좋은 것, 사익은 나쁜 것’이 된다.

[책마을] 사익은 나쁘다? 개인의 이익추구가 세상을 아름답게 만든다
사익에 대한 이런 비우호적인 인식을 바로잡고, 보다 균형 잡힌 시각을 갖추도록 돕고자 시장경제를 강조하는 자유주의 학자 7인이 펜을 들었다. 신중섭 강원대 윤리교육과 교수, 권혁철 자유경제원 자유기업센터 소장, 정기화 전남대 경제학부 교수, 민경국 강원대 경제학과 교수, 김행범 부산대 행정학과 교수, 황수연 경성대 행정학과 교수, 김승욱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 등이다. 이들은 각자 사익에 대한 지론이나 주장을 담은 글을 썼고, 현진권 자유경제원 원장이 이 글들을 엮어 《사익론》을 펴냈다.

철학자인 신중섭 교수는 사익에 대해 ‘아름답다’ ‘추하다’란 미학적 용어로 풀어간다. 신 교수는 ‘사익 추구’가 대부분 추악함을 산출하지만 비로소 시장을 만나 아름다움을 드러내게 됐다고 설명한다. 시장은 사익을 조화시켜 아름답게 만들어주고 공익에 기여하는 연금술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시장을 떠난 사익 추구는 대체로 사회에 해악을 끼치게 된다”며 “특히 공공부문에서의 사익 추구가 그렇다”고 말한다.

권혁철 소장은 시장경제에서 사익 추구는 타인을 무시하는 것이 아니며, 타인의 욕구를 충족시켜야 자신의 이익도 충족시킬 수 있다는 것을 명쾌하게 설명한다. 사익 추구는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자연발생적이고 자발적인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하게 되고, 이 과정에서 사익뿐 아니라 공익도 증진한다는 애덤 스미스 경제학의 핵심을 강조한다. 정기화 교수는 “재산권이 사익 추구를 사회적 이익으로 인도하는 등대”라고 표현한다. 따라서 사익을 바탕으로 한 시장경제가 발전하려면 재산권을 제한하는 정치 개입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부분의 학자가 사익 추구와 이기심을 인간 본성으로 여기지만 민경국 교수는 후천적으로 습득한 문화적 진화의 산물, 즉 인간의 수많은 상호작용을 통해 무의도적으로 만들어진 산물로 바라본다. 문화적 진화는 또 사익 추구가 모든 사람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길들여지는 장치인 시장의 자율규제 메커니즘을 마련했다. 이런 시각에선 인간 본성은 오히려 이타적이다. 이는 소규모로 무리를 지으며 수렵·채집하던 평등 사회, 이타심과 유대감이 지배하던 석기시대에 형성됐다.

민 교수는 좌파와 간섭주의가 사익 추구를 비관적으로 보면서 강력한 국가 개입을 주장하는 것은 사유재산 경쟁 법치주의를 기반으로 하는 시장이 외부 간섭 없이도 스스로 인간 행동을 규제하는 자생적 질서를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이를 이해하지 못하는 이유는 석기시대에 본능적으로 습득해 내려오는 정신, 즉 하이에크가 말하는 부족사회의 정신구조를 가지고 현대사회를 평가해서다.

김행범 교수와 황수연 교수는 행정학적 관점에서 사익을 공익과 연계해 설명한다. 김 교수는 “사익이 이타적일 수도, 공익이 이기적일 수도 있다”며 “정부의 공익은 개인행동의 근본 동기인 사익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공익을 내세우려면 사익부터 먼저 존중해야 하며, 사익 없이는 공익도 없다는 것이다. 황 교수는 공공선택학적 접근방법을 기본 틀로 해서 정부가 집단의사결정을 통해 공익을 추구하는 방법에 대해 설명한다.

김승욱 교수는 기독교적 관점에서 사익 추구가 이타주의와 대립되지 않는 것임을 보여준다. 이타적 사랑과 욕망의 절제를 강조하는 기독교가 강조하는 높은 윤리 수준은 오히려 자본주의 질서를 가능하게 하는 동감의 감정을 더 부추김으로써 시장경제가 잘 작동하는 데 도움을 준다고 말한다.

저자들의 강조점과 논지는 조금씩 다르지만 사익 추구를 시장경제의 작동원리이자 인류 사회 발전의 동력으로 바라보는 점에선 공통적이다. 책은 인류 사회가 사익 추구를 정당화하는 쪽으로 진화하고 발전해 왔으며 그 방법만 정당하다면 이제 사익을 추구해도 사회에 기여하고 공헌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현진건 원장은 ‘엮은 글’에서 “시장경제는 국민들의 인식 수준과 비례해 발전하게 된다”며 “사익을 나쁜 것으로 보고, 억제해야 할 인간 본성으로 취급하게 되면, 우리의 시장경제는 더 발전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