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마=권영설 논설위원 페루 리마에서 23일(현지시간) 개막한 ‘2015 몽펠르랭 소사이어티 총회’에 참석한 석학들은 경제적 자유가 남미 국가들의 운명을 갈랐다고 입을 모았다. 아널드 하버거 시카고대 명예교수는 이날 “칠레 등이 1970~1980년대 이후 견고한 경제성장을 유지한 것은 시카고학파의 조언을 따라 자유시장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페루의 문인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 박사는 “브라질 아르헨티나 볼리비아 니카라과 등은 정치적 자유는 받아들였지만 경제적 자유를 외면했다”며 “그 결과 비효율과 부패가 이어지고 국가 경제가 추락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몽펠르랭협회는 2011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총회 이후 이번에 다시 남미를 찾았다. 사회주의와 독재정권이 사라지는 자리에 정부 간섭과 포퓰리즘 등이 번지고 있다는 이 지역 회원들의 호소를 받아들였다고 한다. 이번 리마 총회의 엔리크 게르시 조직위원장은 “페루도 ‘작은 정부’를 표방하는 자유주의와 권위주의를 놓지 않으려는 정부 간에 논쟁이 한창”이라고 말했다. 행사장에는 100명 이상의 남미 학자와 전문가들이 참석해 높은 관심을 보였다.

프리드리히 하이에크 등 경제학자 37명이 전체주의와 공산주의를 반대하며 1947년 스위스 몽펠르랭에서 결성한 몽펠르랭협회는 ‘작은 정부’ 등 자유시장경제 이론을 연구하고 전파해 왔다. 밀턴 프리드먼과 게리 베커 등이 차례로 협회를 이끌어 왔다. 그동안 8명의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를 배출하는 등 학문적 권위도 높지만, 세계 각국의 경제 정책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하는 등 실제적인 노력도 기울여 왔다. 미국의 레이거노믹스, 영국의 대처리즘 등도 그 결과물이다. 레이거노믹스를 주도한 관료 가운데 22명이 이 협회의 회원이었다. 칠레 역시 당시 시카고대 경제학과에 재직하던 하버거 교수 등 이른바 ‘시카고 보이즈’들이 참여해 성공을 이뤘다. 나의 지적 여정:마르크스주의에서 자유주의로의 저자이기도 한 요사 박사는 “하이에크가 처음 페루를 방문했던 것이 1979년이었다”며 “당시 그가 사용한 민주주의, 자유라는 단어는 새로운 공기 같았다”고 회상했다.

한국은 그동안 두 명의 학자만이 이 협회 회원으로 활동해오다 3년여 전부터 한국경제신문이 매년 대표단을 파견했다. 지난해엔 ‘2017년 몽펠르랭 소사이어티 서울 총회’를 유치했다. 정치권이 경제민주화 깃발을 내건 이후 정부 개입과 포퓰리즘이 만연한 한국에 자유 지성들이 어떤 조언을 제시할지 벌써 관심이다.